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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은 이미 커피 많이 마셨는데! 찻집 키오스크에서 거의 반사적으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말았다. 찻집에 커피 마시러 온다기보다는 자리를 빌리러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무조건 제일 싼 거 시키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여기는 불과 몇백 원만 더 주면 다른 차를 마실 수도 있는데. 없는 티가 몸에 밴 것 같아 슬프다.
“그건 아니지! 세상이 제멋대로 돌아가네. 하늘, 놀고 있나?” 이렇게 푸념하고 있을 때, 하늘에서 목소리가 날아왔다. “당장 내일 네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면서, 감히.”
눈을 감으려는데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억울한가?” “열심히 살았습니다.” “모두 네 선택의 결과인데, 무엇이 억울하다는 건가?” “그렇기는 합니다만.”
일부러 도서관을 찾았다. 찻집도 괜찮을 것 같지만, 도서관이 더 눈치 보일 것 같아서 그랬다. 숏폼 동영상 보는 것이 더 민망할 것 같아서. 요즘 이것 때문에 책 보는 시간이 너무 줄어들었다.
“선생님, 요즘은 왜 도사나 외계인이 나오는 글 안 쓰시나요? 저는 그런 것들이 더 재미있었는데요.” “요즘 사람들은 그런 거 읽으면 이렇게 얘기하지 않을까? ‘세상에 이런 게 어디 있어?’라고. 알레고리나 은유라고 생각 안 할 것 같아서.”
별로 기대 안 하고 있었는데, 도서관에 자리가 하나 남아 있었다. 그런데 자리에 앉고 보니, 옆자리 앉은 사람의 노트북 컴퓨터가 힘겨운지 열기와 함께 기계 소리를 토하고 있었다. 대놓고 쳐다보면 민망해할 것 같아서, 곁눈질로 쳐다보니 게임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소리는 코인 채굴이라도 하는 것 같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 자리가 비어 있었던 것 아닐까?
집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택배기사가 타고 있었다. 그는 잠깐의 엘리베이터 이동 시간에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굳이 보지 않아도 빠르게 움직이는 손가락과 배경음악 소리를 통해 숏폼을 넘겨 가며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전에 어떤 택배기사는 무협지를 들고 있었는데.
책값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이 올랐다. 자연스레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두꺼워서 빨리 읽지 못하는 책은 대출 기간 안에 읽을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산 책들은 모두 ‘벽돌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