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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의 앞부분만 세 번째 읽고 있다. 분명히 입문서인데, 깔끔하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앞의 내용을 모른다고 뒷부분을 못 읽는 것도 아니지만, 이 앞부분 내용이 궁금해서 산 책이기 때문에 여기만 반복해서 읽고 있다. 오늘 우연히 펼쳐진 책 뒷부분에서 앞 내용의 이용 방법이 나와 있음을 발견했다. 이용 방법을 보고 다시 앞으로 돌아오면, 몰랐던 부분이 이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왜 여태껏 일단 한번 전체를 다 읽어볼 생각을 안 했을까?
내가 보기에는 분명히 같은 노트인데, 만년필 잉크가 뒷면까지 비쳐서 쓴 글씨를 읽기가 쉽지 않다. 들고 다니면서 생각을 끼적이는 A5 크기의 노트 이야기다. 늘 쓰는 회사의 제품인데, 조금 싸게 나왔다고 몇 권 샀는데 이렇다. 한쪽에만 글씨를 써야 할 판이다. 이러면 전혀 싼 게 아니지 않은가?
스마트폰에서 일기예보를 찾는다. 그런데 '예보'를 보기 위함이 아니다. 지금 날씨와 기온을 알아보려는 것이다, 집 밖으로 나서기 전에 말이다. 창문을 열어보는 것보다 그것이 더 편한 세상이 되었다.
아침에 늦잠을 잤다. 추위 탓이다. 춥다고 암막 커튼을 치고 자서, 날이 밝았는지 몰라서 그렇게 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알람도 안 맞추었느냐고 한 소리 들을 게 뻔하다. 그때는 잽싸게 어떻게 하루 만에 이렇게 추워질 수 있느냐고 얘기를 돌려야 한다. 절대로 월드컵 얘기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도서관에서 오랜만에 시집 한 권을 빌렸다. 그런데 군데군데 모서리가 접힌 쪽이 많았다. 누가 읽다가 마음에 드는 시를 표시해 둔 것 같다. 아름다운 시를 찾는 이가 이렇게 함께 보는 책에다 상처를 남기다니.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
경기에 진 선수가 인터뷰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얘기한다. 그게 죄송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뛰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기고 지는 것은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안타까워도 선수가 더 안타까울 텐데.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평소보다 1시간이나 일찍 눈이 떨어졌다. 알람도 켜두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새벽에 벌어진 남의 나라 월드컵 경기 결과 확인이었다. 이것 때문에 잠이 일찍 깬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 경기였으면 직접 봤을 것이고. 읽다 만 책 읽으려고 새벽에 깬 일이 있었던가?
식당에서 갈비탕을 먹고, 친구가 이렇게 물었다. "이 집 갈비탕은 왜 이빨 사이에 많이 끼이냐?"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너 갈비탕 오랜만에 먹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