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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1시간이나 일찍 눈이 떨어졌다. 알람도 켜두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새벽에 벌어진 남의 나라 월드컵 경기 결과 확인이었다. 이것 때문에 잠이 일찍 깬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 경기였으면 직접 봤을 것이고. 읽다 만 책 읽으려고 새벽에 깬 일이 있었던가?
식당에서 갈비탕을 먹고, 친구가 이렇게 물었다. "이 집 갈비탕은 왜 이빨 사이에 많이 끼이냐?"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너 갈비탕 오랜만에 먹었지?"
무릎이 좋지 않아서 가방을 최대한 가볍게 해서 다닌다. 그래서 오늘도 가벼운 책 한 권만 넣어서 나왔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덥석 벽돌 책 한 권을 빌렸다. 이 두꺼운 책 기한 내에 읽으려면, 들고 다녀야 하는데. 무겁다고 안 들고 다니다 기한 내에 다 못 읽으면, 그 핑계로 또 살 것 같다. 산 책은 기한이 없으니, 언제 다 읽을지 기약이 없을 테고. ***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책상 위에 종이 뭉치가 있어 뭔가 살펴보니, 카드 영수증 사이에서 메모지 한 장이 눈에 띄었다. 병원 가서 진찰받을 때, 의사에게 얘기할 증세 목록과 질문할 내용이었다. 그거 꺼내 들고 보면서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이런 것도 잘 잊어버린다. 잠시 부끄럽더라도 후회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책장 정리를 하다가 평소 궁금했던 내용이 나오는 책을 발견했다. 사 두고는 읽지 않았던 책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3권 뒷부분에 가서야 나왔다. 행여나 이해가 되지 않을까 봐 1권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오늘 드디어 그 내용을 읽을 차례가 되었다.
인터넷에서 이백 쪽가량 되는 자료를 하나 내려받았다. 머릿속은 벌써 이걸 어떻게 출력하면 무게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어디 가서 양면인쇄를 할까? 제본을 꼭 해야 하나 등등. 화면으로 보지 않고 굳이 출력해서 보면 ‘옛날 사람’ 되는 것은 벌써 오래전부터이다. 그리고 이제는 출력물보다 노트북이 더 가벼울 것 같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도 출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옛날 사람’이어서일 것이다.
여행 가서 카드 영수증을 모으면 동선을 기억해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열심히 챙겼다. 종이 영수증을 왜 그렇게 열심히 챙기느냐고 묻길래 그렇게 대답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앱이나 사이트 들어가면 다 나오는데, 굳이 왜?”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싶다고 얘기를 하니까, 친구가 검색을 먼저 해보라고 한다. 이미 여러 형태로 다 있을 거라면서 말이다. 분명히 내가 요약하는 것보다 더 잘 된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보고 약간만 수정하면 된다. 쉽게 빨리할 수 있다. 검색하려다 말았다. 요약하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사라질 것 같아서이다. 힘들더라도 내 요약 하나를 먼저 만들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