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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책장에 꽂아만 둔 ‘벽돌 책’ 한 권을 읽기 시작했다. 무거워서 들고 나가지도 못하니, 한참 걸릴 것을 각오했다. 그런데 머리말에서 저자가 어느 부분은 자신의 전작에서 깊게 다루었으니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시작도 못 했다. 그 전작 먼저 사서 읽어야 할 것 같아서.
며칠 전 도서관에서 칠백 쪽이 넘는 두꺼운 책을 한 권 빌려왔었다. 아직 열어보지도 못해서, 이러다가는 또 다 못 읽고 반납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 같았다. 자기 전에 서문이라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침대에 들고 갔다. 결국 서문을 다 읽지 못했다. 읽어도 읽어도 서문이 끝나지 않아서 책을 들춰보니 서문이 거의 백 쪽이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읽은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아마 미리 그 사실을 알았다면 시작도 안 하였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