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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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간사함 #3느낌 2023. 2. 14. 07:22
침대 위에서는 볼펜으로 글 쓰는 게 마음이 편하다. 괜히 만년필 같은 거 들고 설치다가 이불에 얼룩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잉크색이 진짜 검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잉크 똥이 너무 많다. 누르지 않고 미끄러지듯 쓰려면 색이 너무 흐려진다. 필기감이 별로다. 등등 평소에는 이렇게 천대하다가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챙기고, 내가 참 간사하다. 여행 갈 때 필기구 하나만 챙겨야 한다면, 당연하게 볼펜 한 자루 챙기면서 자꾸만 잊어버린다. 어쩌면 너무 쉽게 구할 수 있어 그런 것일지도. 지금도 책상 위에 판촉물로 받은 볼펜이 여러 자루 있다. 볼펜도 좋은 거는 안 그렇다는 항변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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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견지명느낌 2023. 2. 9. 07:18
노트를 꺼내고 아무리 가방을 뒤져봐도 필통이 없다. 아무래도 집에 두고 온 것만 같았다. 명필이 아니기에 펜을 많이 따진다. 게다가 만년필로 글씨 연습도 해야 하는데. 그보다 당장 메모해두지 않으면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가 금방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때 가방 안쪽 연필 꽂는 곳에서 볼펜 한 자루를 발견했다. 어제 혹시 모르니까 거기에다 볼펜 하나 정도는 꽂아두자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했던 기억이 났다. 어찌 미리 알고서. 이것도 일종의 선견지명일까? 아니면 머릿속 깊은 곳에서 그 볼펜의 존재를 알고서는, 가방 무겁다고 나도 모르게 필통을 못 챙기게 한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