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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채널을 돌리는데, 복권 추첨 방송이 나왔다. 막 마지막 숫자가 발표되고 있었다. 복권 샀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건만, 마지막 숫자가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또 왜 그렇게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지. 차라리 방송 못 봤으면, 조금 더 복권의 효용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복권방에서 복권을 샀다. 가게 주인이 복권을 건네면서, 다음 주 추첨 복권이라고 했다. 내일 추첨하는 복권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왠지 같은 돈을 주고 더 오래 가는 배터리를 산 느낌이 들었다. 돈 아꼈다고나 할까?
복권 사서 나오면서, 무심코 조상님께 빌었다. 제발 1등 당첨시켜 달라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조상님도 해주고 싶은데, 저세상에서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곳에서조차 마음 아파하시는 것 아닐까?’ 해드리는 것도 없으면서, 마음만 상하게 하다니. 이런 불효가!
지난주 로또 당첨자가 많이 나와서, 1등 당첨되어도 서울 중위 아파트 한 채도 못 산다는 기사가 나왔다. ‘지난주 안 그래도 잠시 로또 살까 망설였는데, 안 사길 잘했다.’잠시 이렇게 생각하다 정신을 차렸다. 누가 당첨은 시켜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