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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게 있어 두꺼운 책을 한 권 샀다. 이제나저제나 나올까 기다리며 읽는데, 반 이상 읽었다. 그런데도 아직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그냥 끝까지 훑어서 그것 먼저 찾아볼까도 생각했는데, 그러다 안 나오면 책 안 읽게 될 것 같아서 그러질 않았다.
분명히 집에 있는 책인데도, 찾을 수가 없었다. 다시 살까 고민까지 하다가 간신히 찾았다. 책이 많은 것도 아닌데. 많다? 몇 권인가가 기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리가 안 된다면?
설거지할 때 큰 그릇부터 먼저 씻게 된다. 그것이 효율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하면, 일단 남은 설거지가 빨리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TV 채널 돌리다 보면, 예전에 했던 드라마가 자주 눈에 띈다.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마지막 회가 나오면 가끔 보기도 한다. 특히 해피엔딩이었거나 일 것 같은 것으로 말이다. 해피엔딩만 모아서 보여주는 채널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집 안 여기저기에 밤새 사용한 컵들이 놓여 있었다. 사용했으면, 최소한 싱크대에는 갖다 두어야지. 그때 머리맡에 놓인 컵이 또 하나 발견되었다. 이건 또 누가? 생각이 났다. 어젯밤 내가 자다 일어나 마신 물컵이었다.
감기약, 소화제, 지사제 등 구급약을 모아둔 상자가 있다. 분명히 사용하고는 제자리에 둔다고 두었는데, 오늘 열어 보니 혼돈 그 자체였다. 나 말고는 여는 사람도 없으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엔트로피의 증가, 이게 자연스러운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하철 타고 가면서, 얼마 전 다녀온 여행 사진을 핸드폰에서 꺼내 보았다. 여기가 어디였지? 사진에는 남아 있는데, 눈에는 남지 않은 곳들도 많다. 사진 욕심 적당히 부리고, 눈으로 마음으로 더 많이 남겼어야 했는데. 그때도 알고 있었지만, 나를 믿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너무 이른 시간에 잠이 깼다. 오늘도 힘든 하루가 예상된다. 다시 잠들면 좋은데 그게 잘 안 된다. 그게 쉬우면 애당초 깨지도 않았을 테니까 수면제 책이 지금도 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