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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가사가 들리는(순전히 내 기준으로) 노래가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불현듯 시를 오랜만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시집을 꺼내 들고 읽을 자신이 없었다. 예전에도 시를 별로 안 읽었기에. 그래서 시를 잊은 사람들을 위한 교양 입문서를 펼쳤다. 이 책도 오랜만에 다시 읽는다. 뭔 ‘오랜만’이 이렇게 많은지.
외장 하드디스크에 파일 백업하는 작업이 그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그래서 노트북을 집에 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도서관에서 책도 좀 읽고, 손글씨로 메모도 하고 있다. 원래 도서관이 책 읽는 곳인데 말이다.
찻집 키오스크에서 앞 사람이 한참을 주문하고 있다. 빠른 손놀림을 보니 조작도 익숙한 것 같은데, 이유가 뭘까? 찾는 메뉴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결정장애라도 있는 것일까? 옆을 보니 종업원도 계산대에서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쪽으로 가서 내가 먼저 주문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리 급한 일도 아닌데, 괜히 미움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동네 초등학교 옆을 지나는데, 운동회를 하는지 진행자의 마이크 음성이 크게 넘어왔다. “박수 보내주세요~”이 소리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박수, 내가 칠 만하면 치는 거지, 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 그렇게 얘기 들어도 내가 안 하면 되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은 왠지 짜증이 앞섰다. 내가 까칠한 날인가 보다.
갑자기 겨울이 되었다, 가을을 건너뛴 것처럼. 아직 시월이건만. 오늘 빨래해야 하는 날인데, 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추워서 갑자기 바보가 되었나 보다. 일기예보에 햇볕이 난다고 하는데도, 추워서 빨래가 안 마를 거로 생각하다니. 마치 겨울에는 빨래를 안 했던 것처럼.
저렴한 입문용 기타를 하나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악기는 직접 소리를 들어 보고 사야 한다고 들었는데, 뭐에 홀렸는지 쫓기듯 덥석 샀다. 배송 기다리면서 어떤 것이 올지 불안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특별히 더 설레기도 했다. 어쩌면 몰라서 더 그랬을 것 같기도 하다. 기대 이상의 것이 올 수도 있으니까.
손뼉을 연속으로 세 번이나 쳤는데, 코앞에서 놓쳤다, 비실비실하는 시월 하순의 모기를. 숙면이 걱정되어 모기약을 뿌릴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귀찮기도 했고, 어차피 곧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그놈도 가는 세월 아쉬워하고 있을 것 같아서.
다 마신 물컵에 파리 한 마리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것을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손바닥이 날아갔다. 파리, 그놈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그놈도 먹고살려고 그런 것일 텐데. 나도 생존 본능이었고. 나도 누구에게는 파리처럼 보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