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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근처 지나다가 추위를 피하려고 들렀는데, 꼭 이런 날은 자리가 있다. 방학 때라 이 시간에 와서 자리 잡기는 정말 어려운데 말이다. 사람들이 추워서 아예 집 밖으로 나서질 않은 건가? 자리가 아까워서 잠시 앉아서 노트에 이렇게 끼적였다. 20분 앉아 있다가 일어서려니 더 아까웠다.
‘내가 왜 이렇게 했을까?’ 아침에 메일계정을 열고 새삼스레 한 후회다. 읽지 않은 메일을 삭제하지 않고 그냥 두었는데, 어찌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양이 쌓여 있다. 스팸이 너무 많아 그거 지우는 일도 귀찮아서 그렇게 하기로 했던 것 같다. 읽지 않은 메일을 한꺼번에 삭제하는 기능도 있을 텐데, 이것을 실행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의 메일이 쌓이면, 혹시 그중에 뭔가 중요한 게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도 떨쳐버리고 버튼을 누를 수 있을까?
도서관에서 벽돌책 한 권을 일주일 전에 빌렸다. 예약하고 거의 두 달 만에 순서가 돌아온 것이다. 도서 대출 기한이 2주다. 일주일 정도 열심히 읽으면 될 것 같아 이제 책을 펼쳤는데, 글씨도 작고 글밥이 너무 많았다. ‘아차!’ 하면서 대출 연장을 신청했지만, 연장 불가가 떴다. 예약자가 있다고 했다. 나도 예약해서 빌린 거면서, 다른 사람도 그러하리란 것을 생각하지 못하다니.
도서관에서 책 반납하면서, 의도적으로 서가를 둘러보지 않았다. 책을 더 안 빌리려고 말이다. 빌린 책이 많아지면, 이 책 저 책 옮겨 다니다가 결국은 한 권도 제대로 안 읽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빌린 책은 반납기한이 있으니, 정작 읽으려고 사 둔 책은 우선순위가 계속 뒤로 밀렸다. 아, 서가는 잘 넘어왔는데, 다른 사람이 읽고 반납한 책들이 놓인 북 트럭 통과에 실패했다. 이게 늘 더 어렵다. 한 권 또 빌려 간다.
책은 집 화장실에서 제일 잘 읽힌다, 나는. 조용해서? 잠시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핸드폰이 손에 없어서. 책과 핸드폰 둘 다를 들고 큰일 보러 가기는 힘드니까. 책과 핸드폰이 같이 있으면, 금방 핸드폰이 이겨버린다.
운동 기구 삼아 사용하던 봉을 거실 한쪽 구석에 세워 두었는데, 어수선해 보여서 최근에 좀 더 눈에 안 띄는 곳으로 옮겼다. 안 그래도 봉 돌린 지 한참이나 되었는데, 이제는 그럴싸한 핑계까지 생겼다. 보이지 않으니까.
지금도 어려운 책 읽느라고 머리 조금 썼다고, 다른 가벼운 책으로 도망가려 한다. 그래서 언제 다 읽으려고? 다행스레, 아니 의도된 바이기도 하다, 오늘은 다른 책을 아예 들고 오지 않았다. 물론 또 이렇게 노트에 끼적이고 있긴 하지만.
나보다 어린 사람의 전기를 도서관에서 빌렸다.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의 두께와 무게에 우선 놀랐다. 읽기도 전에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내 삶에 대해서는 누가 이렇게 써 주지도 않겠지만, 쓴다고 한들 몇 쪽이나 될까? 나는 지금껏 무엇을 하고 살았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