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나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세상이 나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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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륜 #2

  느낌 2025. 12. 4. 07:36

  며칠 새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위층 어르신이 먼저 타고 계셨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네요. 감시 조심하셔야겠습니다.”라고 말씀 드렸더니 이렇게 대답하셨다. “그동안 좀 따뜻했지.” 스마트폰 열어 봐야 날씨를 아는 나랑은 차원이 다른 연륜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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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너무 노련했나?

  느낌 2025. 12. 3. 07:09

  내가 너무 노련했나? 아파트 엘리베이터 타면서, 제법 멀리서 뒤따라오는 사람의 소리를 듣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문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따라왔던 사람은 내가 ‘문 닫음’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생각했는지,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탔다.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을 걸 그랬나, 그가 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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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험 #2

  느낌 2025. 12. 2. 08:13

  이발하러 동네 미용실에 갔는데, 가게가 비어 있었다. 그래서 나오려는데 미용사가 들어왔다. 그런데 내가 늘 자르던 그 미용사가 아니었다. 핸드폰을 보면서 뭔가 급한 일이 생긴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미안하지만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며 가게를 나왔다. 예전에 한번 심하게 머리를 망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미용사가 그 미용사라는 기억은 없다. 오늘따라 그 미용실 앞을 지나는 일이 잦았는데, 그때마다 손님이 가득했다. 그 미용사는 계속 누군가의 머리를 자르고 있었다. 이 미용사의 솜씨가 더 좋은 것일까? 모험을 할 것을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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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겠는가? #2

  느낌 2025. 12. 1. 07:35

  어젯밤 자기 전에 거울 보다가 이빨 때운 곳 하나가 떨어졌음을 발견했다. 치과 가서 기다리며 걱정할 것 같다, 이제는 드릴보다 치료비를 더. 어쩌겠는가? 걱정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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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득권

  느낌 2025. 11. 28. 07:43

  찻집에 혼자 앉아서 책 읽고 있는데, 일군의 아줌마들이 나타나 내가 앉은 옆자리의 테이블들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얘기했다.“저쪽은 옆쪽 사람들이 시끄러울 것 같아서 얘기를 못 할 것 같아.” 그래도 자리가 모자라는지 내 테이블에 남은 의자 하나까지 눈독 들이기 시작했다. 그냥 알아서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데로 옮겼다. 어차피 작정하고 수다 떨겠다고 이쪽으로 테이블까지 붙여 가며 앉은 사람들 아닌가? 찻집이 원래 그런 곳이니, 내게 기득권이 있다고 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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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3

  느낌 2025. 11. 27. 08:18

  얼마 남지 않은 잉크병을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까? 정말 오랜만에 만년필을 들었다. 당연히 잉크는 말라 있었다. 잉크병 가운데 잉크가 모이도록 홈이 있는데, 그 안에만 잉크가 있었다. 걸쭉하게 남은 잉크지만, 넣을 수 있는 최대치를 만년필에 넣었다. 찌꺼기가 만년필에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왠지 그러고 싶었다. 잉크 한 병 쓰는 데에 몇 년 걸렸다. 그래서 조금 남았다고 그냥 버리기에 미안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한 병 다 썼다는 알량한 자기만족을 얻기 위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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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마음으로

  느낌 2025. 11. 26. 08:07

  동네 한 바퀴 걷는데, 주택 정원에 있는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특이하게 대나무였다. 벽을 따라 나란히 서 있었다, 촘촘하게. 나도 모르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칠 뻔했다. 그 이름을 딴 게시판도 있다고 들었다. 집주인은 어떤 마음으로 대나무를 심었을까, 점집도 아닌데? 나도 행여나 마당 있는 집에 살 수 있다면, 대나무를 심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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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전

  느낌 2025. 11. 25. 07:40

  식탁 위에 놓인 동전들이 보였다. 어제 현금으로 물건값 치르고 거스름돈으로 받은 것이다. 전부 얼마였던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몇백 몇십 원이었던 정도로만 머리에 남아 있다. 예전 같으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옛날보다 엄청나게 작아진 십 원짜리 동전 때문일까? 옆에 있는 다른 동전들까지 초라하게 보였다. 일 원짜리나 오 원짜리 동전은 본 지 오래다. 웬만하면 카드 사용하니까 동전이 잘 생기지도 않고, 들고 다니지도 않는다. 동전도 곧 사라지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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