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핸드폰 AI 앱에게 뭘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방법을 설명해 주고는 마지막에 핸드폰 앱으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럼 왜 할 수 있다고 했느냐고 되물으려다가 참았다. 인간에게 배웠을 테니.
가끔 즐기는 체스 게임 앱을 만든 업체에서 메일이 왔다. 최약체 체스 봇이 나왔으니, 시합을 해 보라는 것이었다. 내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얘기일까? 예전에는 프로그램의 실력이 개선되어서 해 볼 만하다는 광고가 왔었는데, 이제는 반대가 되었다.
어젯밤 자기 전에 일정표에서 오늘 해야 할 일 목록을 본 것이 화근이었다. 특별히 어려운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자질구레하게 할 일이 많았다. 생각이 나서 잠을 설쳤다. 자꾸 미루다 보니 일이 몰렸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자업자득이다. 그런데 왜 어젯밤에 일정표를 봤는가만 후회하고 있다.
서점에서 우연히 잡지의 과월호를 할인 판매하는 매대를 발견했다. 매번 사는 것도 아니고, 관심 있는 주제가 나오면 사는 정도인 잡지다.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그 주제에 다른 책들은 집에 있는데, 그것만 놓쳤던 것 같다. 그런데 5년 전 책이었다. 잡지인데? 망설이다 결국 샀다. 집에 와서 그 주제의 다른 잡지들 사이에 예쁘게 꽂았다. 읽지는 않고.
“걔는 머리가 좋으니까.”, “걔는 운이 따른다니까.”누가 성공했다거나 잘 나간다는 얘기를 들으면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로 열심히 했나 보네.”라고 말은 안 하면서 말이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는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나는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렇게 못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그렇게 얘기하려면 적어도 그가 한 만큼은 하고 난 다음에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예전에 이런 책이 있었더라면.’요즘 나온 책 읽으면서 가끔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하는 생각이다. 그때는 영문법 책 하나만 해도 설명이 잘 된 것이 거의 없었다. 선배들도 나의 학창 시절에 같은 생각을 했겠지만 말이다.
사용자 계정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름 짓기가 너무 어렵다. 그간 몇 개로 돌려서 막았었는데 다 안 된다고 했다. AI에게 물어보려다 참았다. 어디서 다른 사람 계정 이름 참조해서 만들어주겠지만, 왠지 내가 누구인지조차 물어보는 것 같아 싫었다.
남들은 이어폰 귀에 꽂고 노래를 들으면서 책도 보던데,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집중력이 약해서 그런 것 같다. 어젯밤 자기 전에 책을 보는데, 왠지 TV를 켜고 싶었다. 거실에 혼자 있다는 사실이 싫었던 것일까? 타협을 했다. TV 소리를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