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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깨달음의 전파느낌 2022. 12. 27. 08:00
“어르신,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그런가? 기분 좋은 일이 있기는 하지. 자네, 내가 젊을 때부터 취미 삼아 주역을 읽어 온 거 알고 있지? 최근에 약간의 진전이 있었네.”
“뭔가 깨달으셨나 봅니다.”
“그렇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수긍이 가는 이야기는 찾았다네.”
“그러시면, 책 쓰셔야겠네요. 아니다, 요즘은 유튜브란 것도 있습니다. 동영상으로 강의라도 해보시지요.”
“아니야. 나도 처음에는 그럴까 생각을 해 봤는데,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아니, 왜요? 그러면 그 깨달으신 보람이 없지 않나요?”
“그냥 내가 알게 된 걸로 만족하기로 했네. 그걸 깨달은 게 내가 처음이겠는가? 몇천 년 된 책인데. 그런데도 쉬운 설명이 없다는 건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러면 그걸 일부러 안 알려주고 있다는 건가요?”
“몇십 년 고민해서 알게 된 거를 쉽게 알려주는 게 배 아픈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도 괜히 사람 잡는 선무당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게 그 정도 고민 안 한 사람에게 알려준다고 해서 제대로 알아들을 것 같지가 않아서 말이야. 이 정도 고민한 사람은 어차피 알게 될 거고. 그래서 말이나 글로 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들 하는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