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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거실에 있는 선풍기가 눈에 들어왔다. 옛날에는 선풍기 하나 두고 식구들끼리 서로 차지하겠다고 다투던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에어컨 보조 역할인 경우가 많다. 선풍기에게 물어보고 싶다, 너도 예전에 잘나가던 때를 그리워하고 있느냐고.
에어컨을 잠깐 켰다 끌까? 계속 켜 두기에는 전기 요금 걱정되고. 선풍기를 켤까 말까? 창문을 열까 말까? 방문은? 윗옷을 입고 잘까 벗고 잘까? 새벽에는 좀 쌀쌀했는데. 게다가 각각을 조합할 수 있다. 경우의 수가 많지만 그래도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잘 자려면.
열대야가 분명하다. 자다가 일어나 어쩔 수 없이 선풍기를 켰다. 선풍기 회전을 시켰는데, 선풍기가 국민체조 목운동을 했다. 몸 전체에 바람이 가도록 좌우로만 움직여주면 되는데 목을 빙빙 돌렸다. 몇 번 조정하다가 포기하고 잤다. 벌써 이렇게 문명의 이기를 다루는 데에 뒤처지면 안 되는데. 잠결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