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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까지 에어컨을 틀자니 전기요금이 걱정되어, 집에서 제일 시원한 곳에 자리 잡았다. 창문을 열어두면 집 앞뒤로 바람이 통해서 그나마 견딜 만한 곳이다. 그런데 창문을 열고 나니 세탁기 소리가 직격으로 들렸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샤워해야 하니 마른 수건이 남아나질 않는다. 그러니 빨래도 안 할 수가 없다. 이번 여름 정말 덥다.
정말 덥다. 어제는 거의 종일 에어컨을 켰다. 옛날 에어컨이라 전기요금 많이 나온다고 잘 안 켜는데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럼 왜 모셔 두는 건데? 이 생각이 이겼다.
문득 거실에 있는 선풍기가 눈에 들어왔다. 옛날에는 선풍기 하나 두고 식구들끼리 서로 차지하겠다고 다투던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에어컨 보조 역할인 경우가 많다. 선풍기에게 물어보고 싶다, 너도 예전에 잘나가던 때를 그리워하고 있느냐고.
에어컨을 잠깐 켰다 끌까? 계속 켜 두기에는 전기 요금 걱정되고. 선풍기를 켤까 말까? 창문을 열까 말까? 방문은? 윗옷을 입고 잘까 벗고 잘까? 새벽에는 좀 쌀쌀했는데. 게다가 각각을 조합할 수 있다. 경우의 수가 많지만 그래도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잘 자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