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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루로 연필 수십 자루만큼 쓸 수 있다는 연필을 400원 주고 샀다. 깎지 않고 쓰는 연필이라고 했다. 일주일 정도 썼는데, 너무 무뎌져서 쓰기가 어렵다. 깎지는 않더라도 심을 다듬기는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원래 이렇게 무딘 채로 쓰는 것일까? 문득 400원짜리로 무엇을 기대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웃음이 나왔다.
올해는 다이어리를 만년필로 쓰기로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다시 연필로 쓰고 있다. 어차피 고쳐 쓸 일이 잘 없고, 짙은 잉크색이 좋아서 연초에 만년필로 정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밖에서 잉크가 떨어진 날 연필로 돌아온 듯하다. 색깔이 좀 다르다고 문제 될 것도 없다. 그날그날 형편대로 끌리는 대로.
다이어리에 이번 주 계획을 적으면서 만년필을 사용하였다. 올해는 그렇게 하려 한다. 계획이라는 것이 바뀔 수도 있어서 주로 연필을 사용했었다. 고칠 일이 있으면 두 줄 그으면 된다. 그래야만 덜 미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