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그마한 노트 한 권을 들고 다니면서 일기 같은 것도 적고 생각도 적곤 한다. “23/3/7” 어제 그 노트 겉면에 적힌 이 숫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 노트를 쓰기 시작한 날짜를 호기롭게 적어둔 것이다. 문제는 오늘이 11월 20일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이 얇은 노트 한 권을 다 못 채우다니. 이러다가 해 넘기겠다.
노트에 글을 쓰면서 가리려고 왼손이 자꾸만 움직여진다. 일기 같은 글을 쓰는데, 왠지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사실 내 눈에는 앞자리 책의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남들도 그런 건지 내가 눈이 나빠서 그런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가리려 한다. 정작 다른 사람은 관심도 없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