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예보가 있다. 그런데 창밖이 어둡지 않다. 굳이 창문을 열어서 비가 오는지 손을 뻗어 확인한다. 아직은 비가 안 온다. 언제부터 비가 오는지 일기예보를 다시 확인하고는 우산을 가방에 넣는다. 몇 개나 있는 편의점 비닐우산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차라리 이런 날이 더 좋다. 우산을 들고 나가야 말아야 하나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문득 이것도 일기예보 검색할 것이 아니라, AI한테 물어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고민하는 것을 싫어하다니! 앞으로 어떻게 되려고?
우산, 사실 한때 늘 들고 다니기도 했었다. 요즘은 무겁고 귀찮아서 웬만하면 안 들고 다니고 싶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일기예보 열심히 본다. 비가 온다고 해도, 지금 창밖에 비가 안 오면 비 오는 시간까지 꼼꼼히 확인한다. 혹시 우산 안 들고 나가도 비 오는 시간 피해서 움직일 수 있나 해서 말이다. 그래도 애매하면 창밖을 지나는 사람을 지켜본다. 가방 없는 사람이 우산 들고나왔는지를.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온다고 해서 힘들게 예약한 관람 표를 취소했다. 그 시간에 비가 올 확률이 70%라고 했다. 비가 오면 가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무엇보다도 당일에 취소하면 30%나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그런데 비가 안 왔다. 이럴 때는 모험을 했어야 했는데.
집을 나서려는데 생각보다 가방이 무거웠다. 작은 우산이 하나 들어 있어, 일기예보를 확인한 다음 꺼냈다. 젊을 때는 우산을 그냥 매일 들고 다닌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든 무게를 줄이려 한다.
일요일 오전까지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와는 달리, 아침에 날씨가 좋았다.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오늘은 조금 흐리지만 비 소식이 없는 걸로 예보가 바뀌었다. 비 안 올 때 하면 좋은 것들을 생각하느라, 갑자기 바빠졌다. 하늘을 보고 난 후가 아니라, 오늘 날씨 예보를 확인한 후에.
밖에 나가기 싫어서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비가 오나 안 오나 확인했다. 그러고는 스마트폰을 열어서 일기예보를 한 번 더 확인했다. 어느 것을 더 믿는 것일까, 나는? 문득 예전에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린 다음에 주판을 꺼내서 다시 계산하던, 어느 가게의 주인이 생각났다.
어제 할 것을. 어차피 기한 내 다 읽지도 못할 책을 어제 반납했어야 했다. 오늘 이렇게 날이 춥고 미끄러워질 줄 몰랐다. 내일까지 반납해야 한다. 내일은 더 추워질까? 선택해야 한다. 황급히 여러 일기예보를 비교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