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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라서 잠옷을 벗고 속옷만 입고 간신히 잠들었는데, 새벽에는 장맛비로 추워서 잠이 깼다. 이래저래 잔 것 같지가 않다. 이런 날 낮잠이라도 자면, 밤에 또 잠드는 것 더 힘들어질 텐데. 아무래도 그럴 것만 같다.
새벽에 눈 뜨자마자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혹시 햇볕이 나는 날인가 보려고. 장마철 빨래는 게릴라 전투처럼 해야 한다. 요즘은 다들 건조기 이용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왠지 이럴 때 더 햇볕에 말리고 싶어진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 마지막 날이다. 한 달 걸렸다. 옥상을 통해서 옆 라인으로 건너가면서, ‘하필이면 왜 이 무더운 여름에?’라고 생각했었다. 아침에 생각을 달리하기로 했다.‘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그래도 우산 들고 옥상 지나는 것보다는 낫다.’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대개 스마트폰 보는 거다. 그런데 최근에 그때 스마트폰 보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하나로 정해졌다, 일기예보 보는 걸로. 여전히 자연 앞에서 인간은 미미할 뿐이다. 오늘도 무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