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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도 여기에서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몸이 먼저 움직였다. 한 손을 휙 내저어 모기를 잡았다. 손가락 사이에 선혈이 낭자했다. 아직도 모기라니! 문제는 여기가 동네 산책하다 화장실 가려고 잠시 들른 절 건물 안이라는 사실이었다.
벌건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모기 한 마리가 자꾸만 내 팔을 공격한다. 입바람을 불어도 소용이 없다. 산에 사는 모기라 다른 것일까? 아니면 이놈도 아는 것일까? 여기가 절 앞이라는 것을, 그래서 내가 살생을 머뭇거릴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