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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책상에만 앉으면 금방 졸게 된다. 오늘에서야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책상 밑에 짐이 있어서 발을 펼 수가 없다. 그래서 의자를 옆으로 돌려 발을 책장 위에 올려서 반쯤 누운 자세로 책상에 앉는다. 그러니 졸릴 수밖에.
어제 오랜만에 운동을 해서 그런지 일어나기 힘든 아침이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니, 식탁 위에 식은 커피가 보였다. 어젯밤에 졸음을 쫓으려고 내렸다가, 졸려서 마시지 못하고 잤던 기억이 났다. 식은 커피도 고맙게 느껴질 때가 있다니! 지금은 커피 맛보다 새로 끓이는 수고가 필요 없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도서관 앞자리에서 어르신이 책을 펼쳐두고 꾸벅꾸벅 졸고 있다. 내가 보고 있는 줄도 모르면서 말이다. 그저 시간을 보내러 이곳에 온 것일까? 그런데 나도 지금 많이 졸리다. 내가 저러면 옆에 앉은 사람이 나보고 똑같은 얘기하는 것은 아닐까? 그저 시간 보내러 왔다고. ‘그걸 감히 네 맘대로 판단하면 안 되지.’ 그때, 같은 소리가 그 어르신에게서도 나올 수 있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