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워지면서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10시가 넘은 시간이라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초등학교 옆의 좁은 길을 건너려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차도 별로 다니지 않아 그냥 건너는 사람도 많지만, 초등학교 바로 옆이라 신호를 더 잘 지키려 하는 곳이다. 짧은 치마를 입은 아가씨가 종종걸음으로 길을 건너면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나를 힐끔 쳐다보고 간다. 공범이라도 되어달라는 것일까?
아침에 늦잠을 잤다. 추위 탓이다. 춥다고 암막 커튼을 치고 자서, 날이 밝았는지 몰라서 그렇게 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알람도 안 맞추었느냐고 한 소리 들을 게 뻔하다. 그때는 잽싸게 어떻게 하루 만에 이렇게 추워질 수 있느냐고 얘기를 돌려야 한다. 절대로 월드컵 얘기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