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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초록 불이 깜빡였는데, 뛰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뛰고도 남았을 거리인데도 말이다. 천천히 걸어가서 횡단보도 5미터 앞에서 멈추어 기다렸다. 거기가 그늘이었기 때문이다. 피할 수 있는데 굳이 자외선에 더 노출될 필요도 없고, 어차피 신호도 방금 바뀌었으니 제법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 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햇볕 즐겼었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내 뒤로 한 아줌마도 멈추어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