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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하는 루틴들이 있다. 이빨 닦고 화장실 가는 것 말고도 날씨 확인, 메일 읽기 등등. 요즘은 자주 이런 유혹이 일어난다.‘오늘은 하나쯤 빼먹으면 안 될까?’ ‘그러면 뭔가 달라질까?’ 하는 바람이 숨어 있다고 우기고 싶다.
횡단보도 초록 불이 깜빡였는데, 뛰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뛰고도 남았을 거리인데도 말이다. 천천히 걸어가서 횡단보도 5미터 앞에서 멈추어 기다렸다. 거기가 그늘이었기 때문이다. 피할 수 있는데 굳이 자외선에 더 노출될 필요도 없고, 어차피 신호도 방금 바뀌었으니 제법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 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햇볕 즐겼었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내 뒤로 한 아줌마도 멈추어 섰다.
약속을 주로 지하철 근처 찻집에 잡는다. 근자에 왠지 사람이 더 많아져서, 찻집 자리 잡기가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너무 시끄럽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뭉쳐져서 “웅~”하고 덮쳐올 정도이다. 나도 앞사람이 들리도록 얘기를 해야 하니, 자꾸만 더 큰 소리를 더하게 된다.
아침은 늘 바쁘다. 노트북 들고 화장실 변기에 앉았다. 꼭 이럴 때 울리기 때문에 핸드폰도 주머니에 챙겼다. 이러니 일을 잘 볼 수 있겠는가?
아침마다 커피 내려 먹는데, 끓인 물이 조금 식은 다음에 내려야 더 맛이 있는 것 같다. 물이 식기를 기다리려고, 일부러 그사이에 다른 일을 한다. 신문도 들여오고, 핸드폰도 들여다보는 등등. 안 그러면 참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가끔 물 끓였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일도 있지만 말이다.
아침에 문득 책장에 꽂힌 ‘우주’에 관한 책이 눈에 들어왔다. 사 두고는 아직 못 읽은 책이다. 솔직히 읽을 자신이 없어서 시작도 못 했다, 기초 지식이 없어서. 내가 어떤 세상에 살다 가는지 약간이라도 알고 싶다고 친구들에게 자주 이야기는 하지만, 그뿐이었다.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웠던 내용부터 다시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아침에 사과를 깎으면서, 사과 하나를 여덟 조각으로 잘랐다. 반 가르고, 반 가르고, 반 갈랐다. 사과가 이렇게 작은데도 말이다. 늘 하듯이 그렇게 잘랐다. 처음 반 가르고, 셋으로 나누어도 되는데. 여섯 조각이 되도록 말이다.
요즘은 현금 쓸 일이 잘 없어, 가득 찬 영수증 버릴 때나 지갑 가운데를 펼쳐 보게 된다. 지갑 안에서 5유로 지폐 한 장이 발견되었다. ‘저걸 왜 다시 환전 안 했을까, 아깝게?’라는 생각도 물론 잠깐 했지만, 그보다는 얼마 전 다녀온 가족 여행이 먼저 생각났다. ‘아직 사진 정리도 못 했는데.’ 5유로 지폐를 지갑에서 꺼내려다, 도로 지갑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