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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무심코 노트북의 스페이스 키를 눌렀는데 화면이 켜지면서 곧바로 바탕화면의 아이콘들이 보였다. 뭔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 비밀번호! 왜 그걸 묻지 않고 넘어간 걸까? 컴퓨터 입장에서는 당연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런 것까지도 신경 쓰이는 세상이 되었다.
쓰레기 버리고 돌아오는데, 누군가 아파트 1층에서 출입문 비번을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택배 기사도 다 아는 번호라지만, 그래도 비번인데 저렇게 광고를 할 필요가 있을까? 근처에 가서 보고는 조용히 혼자 웃고 말았다. 일부러 더 가까이 가지도 않았다. 할아버지가 손녀를 안아 올려 출입문 비번을 누르게 하고 있었다. 손녀가 최근에 숫자를 배웠나 보다. 문이 열리자 손녀와 할아버지의 환호성이 들렸다. 이걸 보고 뭐라 할 사람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