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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 한 권을 몇 달째 읽고 있다. 조금 두껍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닌데,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사실 이런저런 일이 많아 매일 읽기보다는 가끔 잠 안 올 때 읽었으니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그렇게 읽었는데도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고 앞 얘기가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정작 꼭 기억해야 하는 것들은 돌아서는 순간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데 말이다. 이런 것이 이야기의 힘일까?
읽다 만 소설책을 펼쳤다. 장편 SF 시리즈 6권 중 3권의 51쪽과 52쪽 사이에 갈피끈이 있었다. 앞서 읽었던 내용이 생각이 나지 않아도 그냥 읽으려 했는데, 다행히 몇 쪽 읽고 나니 어렴풋하게나마 이야기가 떠올랐다. 오늘은 밑줄 긋거나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읽을 필요가 없는 그런 책을 읽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