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말고 잠시 자리를 떠야 하는 일이 생겼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책갈피 할 만한 것이 보이질 않았다. 어릴 때는 책장 귀퉁이를 접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것이 만행임을 안다. 책을 펼쳐서 엎어두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하물며 도서관 책인지라. 예전 같으면 쪽 번호를 되뇌며 외우려고 했을 텐데, 이제는 또 그것이 오산임을 안다. 스마트폰 메모장을 열어서 책 번호를 적었다. 그리고 이어서 책 제목을 적었다. 그러지 않으면 무슨 숫자인가 기억해내지 못할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