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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종이 신문 들고 화장실에 앉았다. 변비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하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었다. 한 편만 와 닿아도 시집 살 만하다는 학창 시절 국어 선생님의 말씀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인터넷 뉴스에서는 보기 힘든, 내게만 중요한 기사 하나 건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휴일 도서관 서가에서 시집 한 권을 꺼내 들고 자리에 앉았다. 오늘 가지고 온 책이 머리에 잘 안 들어왔고, 제목이 재밌어 보이는 시집 한 권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일단 주위에 책 보는 사람이 별로 없다, 도서관인데. 대부분 노트북이나 태블릿 화면을 보고 있다. 간혹 책을 보더라도 수험서밖에 없다. 갑자기 나만 한량이 된 느낌이 들었다.
도서관에서 오랜만에 시집 한 권을 빌렸다. 그런데 군데군데 모서리가 접힌 쪽이 많았다. 누가 읽다가 마음에 드는 시를 표시해 둔 것 같다. 아름다운 시를 찾는 이가 이렇게 함께 보는 책에다 상처를 남기다니.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