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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라서 잠옷을 벗고 속옷만 입고 간신히 잠들었는데, 새벽에는 장맛비로 추워서 잠이 깼다. 이래저래 잔 것 같지가 않다. 이런 날 낮잠이라도 자면, 밤에 또 잠드는 것 더 힘들어질 텐데. 아무래도 그럴 것만 같다.
너무 더운 날씨 탓일까? 저녁에 TV 앞에 누웠는데, 꼼짝하기도 힘들어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TV를 자기 직전까지 봤다, 볼 것 없다고 투덜대면서. 아까 누웠을 때 차라리 책을 펼쳤으면, 그 자리에서 그대로 늦게까지 책을 읽지 않았을까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도 잠깐 했다.
또 새벽에 잠이 깼다. 무더위 때문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다시 잠을 청해도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이왕 일어났으니, 일을 하거나 책을 보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안 되고, 스마트폰을 보게 된다. 스마트폰 무섭다.
에어컨을 잠깐 켰다 끌까? 계속 켜 두기에는 전기 요금 걱정되고. 선풍기를 켤까 말까? 창문을 열까 말까? 방문은? 윗옷을 입고 잘까 벗고 잘까? 새벽에는 좀 쌀쌀했는데. 게다가 각각을 조합할 수 있다. 경우의 수가 많지만 그래도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잘 자려면.
열대야 때문인지 일찍 잠이 깼다. 핸드폰을 보니 알람이 울리려면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다. 이럴 때일수록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는 생각으로 알람이 울릴 때까지 버티기로 했다. 어차피 다시 제대로 잠들기 힘들었는데, 왜 그때 그런 핑계는 그렇게 잘 찾아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