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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간신히 일어났다. 어젯밤 늦게 잠들었기 때문이다. 잠이 오질 않았다. 역전은커녕 낭비한 인생 만회라도 하려면, 잠이나 자서는 안 된다는 불안 때문이었을까? 결국 이것도 나이 탓인가? 아니다. 어제는 커피를 세 잔이나 마셔서 그런 것이다.
지금 산 커피는 마시려고 샀다고 할 수 없다. 도서관이어서 자릿값 낼 필요도 없다. 당연히 누구랑 얘기 나누면서 대화의 공백을 메꾸기 위함도 아니다. 추워서 손 좀 녹이려 샀다. 그래서 아직 뚜껑도 열지 않았다, 빨리 식을까 봐.
지금 먹는 약에 커피가 별로 안 좋다고 해서 며칠째 커피를 안 마시고 있다. 꼭 커피여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대안을 찾다가 주전자에 보리차를 끓였다. 어릴 때 겨울밤 난로 위에 놓인 주전자에서 따라 마시던 따뜻한 보리차 한 잔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커피가 아니라 여유가 필요한 것일지도.
도서관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자리에서 마스크 잠깐 내리고 텀블러에 담긴 커피 잠깐 마시는 정도는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홀짝홀짝 마시는 커피가 마치 늘 마시던 그 커피가 아닌 것처럼 몇 배는 더 맛나게 느껴졌다. 어쩌나? 텀블러 뚜껑 여닫고 홀짝이는 소리에 옆자리에 앉은 사람 짜증 내겠다. 아예 들고 밖에 나가서 마시면, 이 맛이 안 날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