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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희한하게도 요즘 집에서 내려 먹는 이 커피는 식어야 더 맛이 있다.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산미가 더 강해진다. 누군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을 수 있고. “별나다! 다 식은 커피 버려야지. 무슨 맛으로 먹나?” 아침에 일어나서 텀블러에서 밤새 식은 커피 마시고 있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같은 사람도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 세상에는.
도서관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자리에서 마스크 잠깐 내리고 텀블러에 담긴 커피 잠깐 마시는 정도는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홀짝홀짝 마시는 커피가 마치 늘 마시던 그 커피가 아닌 것처럼 몇 배는 더 맛나게 느껴졌다. 어쩌나? 텀블러 뚜껑 여닫고 홀짝이는 소리에 옆자리에 앉은 사람 짜증 내겠다. 아예 들고 밖에 나가서 마시면, 이 맛이 안 날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