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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이 마려워 잠에서 깼다. 화장실 다녀와서 누운 채로 핸드폰을 보니 알람이 울리기 10분 전이었다. 오늘은 그 시간에 맞추어 일어날 필요도 없고 핸드폰을 조작해 알람을 해제할 만큼 잠이 깨기도 싫었다. 어차피 알람 울리면 핸드폰 만져서 알람 꺼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잠이 덜 깨서인지 바보같이 10분 기다렸다가 알람 끄고 자기로 했다. 그런데 이 10분은 왜 이렇게 길게 느껴졌을까? 10분 잤으면 순식간에 지나갔을 텐데 말이다.
화장실 갈 때 오래 있어야 할 것 같으면, 요즘은 핸드폰을 챙겨간다. 정확히 말하면 책을 들고 가더라도 핸드폰은 빠뜨리지 않는다. 주머니에 넣고서라도 말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정말로 희한하게도 변기에 앉아 있으면, 전화가 오거나 알람이 울리는 일이 잦았다. 그래도 가급적인 책을 펼치려고 한다, 핸드폰이 변비 있는 사람에게 더 위험할 것 같아서.
혼자이고 날이 너무 더워서 화장실 문을 열어둔 채로 큰일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모기 한 마리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겁도 없이? 지체 없이 화장실 문을 닫았다. 더위도 이제 안중에 없었다. 하필 이런저런 짜증 나는 일들로 머리가 복잡할 때, 내 눈에 띄다니, 너는 재수가 없다. 일을 마무리하면서도 시선은 절대 고정이었다, 나도 저 모기 같은 날이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