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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기술에 관한 교양서라도 조금 읽지 않으면, 조만간 뒷방 늙은이 소리 들을 것 같다. 그런데 잘 안 읽힌다. 어렵기도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다른 책을 읽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살면서 몇 권이나 더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타임 세일로 구매한 전기면도기를 담은 택배가 도착했다. 제품 상자도 고급스러웠고, 구성품도 빠진 것이 없었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보조 기능도 많았다. 횡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데 면도가 잘 안 되었다.
동네 농협 앞에 손으로 쓴 공고 하나가 붙어 있었다. “달력 없습니다.” 많이들 와서 달라고 했나 보다. 그러니 저런 표지까지 붙지 않았을까? 요즘 달력 주는 곳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예전에는 매일 뜯는 일력도 주곤 했었는데. 이런 얘기하면 완전 옛날 사람 티 내는 것이 되겠지만 말이다. 각박해져서 그렇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예전만큼 달력이 필요가 없어진 탓일지도. 이것도 스마트폰 때문 아닐까?
커피 원두를 사면 갈아달라고 한다. 마실 때마다 갈기 귀찮아서이다. 이번에도 커피 원두를 그렇게 사서 나오는데, 가게 주인이 맛보라면서 다른 원두를 서비스로 주었다. 그런데 공짜로 얻어가는 커피라서 갈아달라는 얘기를 못 하고 그냥 들고 왔다. 이제 그 커피를 마셔야 할 차례가 되었다. 귀찮아도 갈아서 먹어야 한다. 원두 갈면서 생각한다. ‘이렇게 하는 게 더 맛있다고 하잖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는데, 책에 코딱지가 붙어 있었다. 휴지로 떼어보려 했는데도 안 되었다. 책이라 물티슈를 사용할 수도 없고, 행여 찢을까 세게 문지르지도 못하겠고. 어쩔 수 없이 그 페이지를 최대한 빨리 읽고 넘겼다. 책에 집중도 잘 안 된다. 내가 그런 걸로 오해받는 건 아닌지? 그냥 사서 볼 걸 그랬나?
조만간 AI가 비서 역할을 해 줄 거라고 한다. 여행 계획도 짜주고 거기에 맞게 숙소, 교통편 같은 것도 예약해 주고. 그러면 명절 기차표 예약은 어떻게 바뀔까? 지금처럼 누구 손이 더 빠른가를 가지고 경쟁하는 것은 아닐 것 같다. 누가 더 성능 좋은 AI,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누가 더 서버 가까이 있는가로?
버스가 정류장을 막 떠나자, 문 앞에 있던 한 아줌마가 하차벨을 때린다. 말 그대로 ‘때렸다’. 그리고 그 아줌마가 기사에게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줌마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 아닐까? 아줌마는 누군가 벨을 누를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내리려는 다른 사람도 없었고, 마침 그 정류장에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서 기사는 그 정류장을 정차 없이 지나간 것이다. 그저 그런 일이었을 뿐이다.
거실 소파 옆에 놓인 페달 달린 운동기구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집에 있었다면, 이맘때는 적어도 사흘은 움직였을 텐데. 일년내내 옷걸이 신세를 못 면하고 있으니.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