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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비도 안 오는데 길거리에 장화 신은 남녀가 많이 보인다. 유행인가 보다. 고무 같은 걸로 만들어져 바람도 안 통할 것 같은데 무릎까지. 무좀에 약한 나는 거저 줘도 못 신을 듯. 애가 신고 나간다면 말리지는 않을 거다. 나는 딱 그 정도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맡에 스프레이 모기약이 눈에 들어왔다. 어젯밤의 치열했던 모기와의 전쟁이 떠올랐다. 결국 내 머리 위에다가 융단폭격하고 나서야 잘 수 있었다. 문득 정말 옛날에 보았던, 입으로 부는 모기약이 떠올랐다. 믿기 어렵겠지만, 모기약 병의 뚜껑에 달린 장치를 입으로 불면 스프레이처럼 약이 분사되었던 것 같다. 요즘 주위에 있는 많은 것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질 것 같다. 그런 게 있었다고 얘기하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소리 들으면서 말이다.
어젯밤 축구 경기를 전반전만 보고 잤다. 골은 안 났지만, 일방적인 경기였고 졸리기도 했고. 아침에 일어나니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축구가 원래 그렇다고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이고. 나도 한때는 잘나갔었는데.
새벽부터 경고 문자가 와서 잠을 설쳤다.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발버둥 치는데, 알람이 울렸다. 오늘은 30분 후 다음 알람이 울릴 때까지는 더 자도 되는 날이어서, 잽싸게 알람을 끄려고 핸드폰을 더듬었다. 그러다 실수로 5분 후에 다시 알람이 울리게 하는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이럴 때일수록 더 침착했어야 하는데.
내 손이 둔해진 것일까?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로그인 아이디 입력하려고 마우스만 클릭하면 자꾸 광고 페이지로 연결된다. 아니면, 정확한 위치가 아니고 언저리에서 클릭하면 광고로 넘어가도록 의도된 것일까? 나이 먹어가니까, 이런 것도 나를 먼저 의심하게 된다.
아침마다 커피 내려서 마신다. 그런데 맛이 ‘들쑥날쑥’이다. 물량, 온도 같은 것들을 측정해서 일정하게 유지하면 될 텐데, 그렇게 하질 않는다. 어쩌다 걸려 만나게 될 더 맛있는 커피를 기다린다는 핑계로 그러고 있다. 실상은 귀찮아서 그런 것이면서 말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가 끝나서 한 달 만에 신문이 집 앞으로 배달되었다. 그동안 저녁에 조간신문 읽으면서 많이 투덜거렸다. 신문 들고 다니기가 불편해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찾아왔었다. 아침에 신문 챙기면서 바로 읽을 줄 알았는데, 막상 문 앞에 있으니 신문은 또다시 예전처럼 소파 위로 날아가서 몇 시간째 그저 대기 중이다.
어제는 종일 눈이 조금 침침했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핸드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다른 날보다 훨씬 더 많이 봤다. 눈뜨자마자 일기예보, 뉴스 봤고, 주가 확인, 동영상 시청에 게임까지. 잘 알면서 오늘 아침도 핸드폰으로 시작했다. 매일 들어가면 몇 원 준다는 앱의 출첵을 잊지 않으려는 핑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