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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북트럭에 놓인 책들에게 눈길을 주면서, 북트럭의 책을 정리하던 분이 신경 쓰였다. 기껏 번호순으로 정리해 놓았는데, 내가 흩뜨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그래도 도서관에서 빌릴 책 찾을 때는 신착도서 서가 다음에는 북트럭을 먼저 살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는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까 아니면 서가 훑어보는 시간을 줄여보겠다는 약삭빠름 때문일까?
아침 일찍 추석 기차표 예매하는 날이라 깊이 잠들지 못했는데, 새벽에 빗소리가 들렸다. 제법 많이 내리는 비에 열린 창문을 통해 빗물이 들어올 것 같아, 창문을 닫으면서 일찍 깬 잠이 아쉬워하며 투덜거렸다. 어젯밤 무더위가 비 덕분에 잠시 누그러진 것은 고마워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여전한 열대야에 밤잠을 설치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컴퓨터를 켰는데, 뜻밖의 배경 화면에 웃음이 나왔다. 남극의 펭귄 모습이었다. 눈이라도 잠깐 시원해졌다. 업데이트 때문인지 내가 뭘 모르고 눌렀는지 모르겠지만, 배경 화면이 저절로 바뀌고 있다. 문득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얘가 뭘 알고 바꾼 것은 아닐까?
오늘따라 유난히 아침 매미 소리가 간절하게 들렸다. 이유를 생각해 보다, 아침 바람이 드디어 선선해졌음을 느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운 여름도 결국 가는구나.
영양제, 사 두고 잘 안 먹는 경우가 많다. 나라고 통뼈는 아닌데, 남들이 바보라서 비싼 돈 들여 영양제 먹는 게 아닌데. 이제는 이런 것도 챙겨 먹어야 할 때가 되었다. 좀 보기 싫기는 하지만, TV 옆에 영양제 통 세워 두었다. 생각해 보니 여기가 제일 눈에 잘 띄는 곳이어서.
유성우에 소원 빌려고 했는데, 사실상 실패했다. 그 시간쯤에 소원은 빌었지만, 별똥별은 보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어떤 소원을 빌어야 할까를 미리 고민했었다. 당연히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 최우선이었다. 그런데 그 범위를 일가친척까지 늘리면 안 될까? 친구나 지인을 포함하는 것은? 그러다 별똥별이 지나가는 시간 안에 빌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욕심이 과해서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는 것일까? 어디까지 빌어야 괘씸죄가 성립되지 않을까?
유성우가 있다고 해서, 뉴스에서 알려준 시간에 창밖을 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방향이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설령 맞았다고 하더라도 도시의 불빛에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별똥별이 지나는 짧은 순간에 빌 수 있을 정도의 간절한 소원이라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잠시 기다려도 보이지 않아서, 그냥 소원을 빌었다. 유성우라고 했으니, 보이지는 않더라고 계속 떨어지고 있을 거고. 운 좋게 그 순간에 맞아떨어질 수도 있을 거로 생각해서 말이다.
도서관에서 또 소설책을 빌렸다. 열대야를 지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내심 다른 목적도 있다. 스마트폰 동영상 시청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대항마가 될 만한 엄청나게 재미있는 책이어야 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