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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을 먹고 책을 펼쳤더니 금방 잠이 들고 말았다. 온종일 감기로 골골거렸고, 책도 못 읽은 그런 하루였다. 그랬기에 새해 첫날이라기보다는 그냥 보통의 하루로 생각하기로 했다.
가끔 찾는 산책로에 새소리 쉼터가 있다. 정말 거기 가면 다른 데보다 새소리가 많이 난다. 어째서 그럴까? 녹음해 둔 것을 틀기라도 하는 것일까? 주변을 둘러보니 알 수 있었다. 나무에 사람이 만들어준 새집이 달려 있었다. 이런 방법이 있었다.
며칠 남지 않은 한 해를 어떻게 마무리할까 고민하다가, 올해 읽었던 책 중에서 제일 괜찮았던 한 권을 골라 다시 읽기로 했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빌린 책 하나가 반납일이 다 되어감을 뒤늦게 깨달았다. 누군가 예약을 해 둬서 연장도 되지 않았다. 어느 책을 읽어야 할까?
기침 감기약을 찾았는데, 유통기한이 한참 지나 있었다. ‘많이 남았는데, 아깝다!’ 다시 생각해 보니, 아까워할 일이 아니고 감사할 일이었다.
오늘은 컴퓨터 배경 화면이 은하수로 바뀌었다. 생각해 보니 은하수를 직접 본 기억이 없다. 어릴 때 시골에서 봤을 뻔한데도 말이다. 불빛 많은 도시에서는 볼 수가 없다. 은하수는커녕 별도 몇 개 안 보인다. 아니,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아침에 노트북 컴퓨터를 켰더니, 뭐가 많이 업데이트되었다. 분명히 내가 해도 된다고 허락했기 때문에 한 것일 텐데, 왠지 불안하다. 내가 따라가는 것보다 더 빨리 익숙한 것에서 멀어질까 봐 말이다.
지난여름의 사과 가격 충격이 너무 컸던 것일까? 아침 사과 신봉자인 나에게 말이다. 조금 싼 가격의 사과를 만나면 자꾸 사게 된다. 오래 보관할 수 있다며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많이 있으니까 많이 먹게 된다. 보관을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오늘도 알람이 정해진 시간에 어김없이 울려, 그 소리에 잠이 깼다. 많이 피곤하고 조금 늦게 일어나도 되는 날인데도 말이다. 내가 알람을 늦추지 않고 잤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누가 조만간 AI 에이전트가 나와서 비행기표 예약 같은 것도 알아서 해줄 거라는 얘기를 했다. 그러면 아침에 깨우는 것도 내 몸 상태와 일정을 보고 조절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때는 AI를 탓할 수 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