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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가 거의 다 되어서 도서관에서 문자가 왔다. 예약한 도서가 도착했다고. ‘도서관 문 닫을 시간인데. 누가 늦게 책을 반납했구먼. 내일 빌리러 가야지.’이렇게 생각하다가 깨달았다, 내일 도서관 쉬는 날임을. 갑자기 생각이 이렇게 바뀌었다.‘아니, 그걸 이렇게 늦은 시간에 알려주면 어떡하라고?’ 사실 빌리는 데 며칠 여유도 있고, 내일 꼭 읽어야 하는 책도 아니고, 그 책이 오늘 반납될지 알지도 못했으면서.
헌책방에서 집에 있는 책을 한 권 더 샀다. 예전에 나온 책은 하드커버도 있어서 그것으로 샀다. 여러 번 읽다가 망가질까 두려워서 한 권은 보관용으로 두려고 그렇게 한다. 밑줄도 마음 편하게 긋는다. 정말로 가끔은 이런 책을 만난다. 감사할 일이다.
도서관에 앉아 있는데, 핸드폰 진동음이 계속 울린다. 그때마다 나는 내 핸드폰인가 해서 들여다봤지만 내 것이 아니었다. 또다시 핸드폰 진동음이 울렸다. 사람들이 핸드폰을 쳐다보는 나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을 주머니 안에 넣었다. 도대체 누굴까? 끝없이 울리는 핸드폰 주인은.
며칠 전 도서관에서 두꺼운 전문 서적 한 권을 빌렸다. 기한 내에 다 못 읽을 수가 없어서 두꺼운 책은 잘 안 빌리는데, 품절된 책이라 살 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데려왔다. 어차피 내가 꼭 읽어야 하는 부분은 가운데 한 챕터이기도 했고. 어려운 책이어서 곧바로 그 부분을 읽을 자신이 없어서, 다른 얇은 입문 도서 한 권을 먼저 읽기로 했다. 그런데 읽으면서 과연 이걸로 입문이 되기는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일단 그냥 부딪혀 보는 것이 맞았나? 막히면 내려갔다 오고?
아침에 30분 간격으로 알람이 두 번 울리도록 설정해 두었다. 혹시 못 일어날까 봐 그렇게 했다. 그런데 그 30분 사이의 잠이 너무 맛있다. 그 간격을 더 늘려 한 시간으로 하면 어떨까? 아니다, 그러다 못 일어난다.
뭐가 이렇게 약해! 사과 몇 개를 넣고 닫은 지퍼백이 터졌다. 지퍼가 망가진 것이 아니라 옆쪽 비닐이 찢어졌다. 사실 꼭 그렇게 다 담을 필요가 없었다. 금방 먹을 한두 개는 빼고 닫았으면 괜찮았을 것이다. 왜 그렇게 다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그것이 더 문제였는데.
어젯밤 읽던 소설을 마저 읽고 자려다 말았다. 잠도 오고 시간이 늦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아껴두고 싶었다. 졸려서 행여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 조심하는 마음도 있었고, 이런 재미를 하루라도 더 연장하고프기도 했고.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맡에 어젯밤에 먹은 찹쌀떡 비닐 포장지가 널브러져 있었다. 무심코 집어서 쓰레기통에 던졌는데, 튕겨 나왔다. 아차, 쓸모를 다했다고 생각했었는데, 너도 재활용되기를 원하는구나! 집어서 재활용품을 모으는 통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