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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감성, 운운하며 구닥다리 에디터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물론 아주 훌륭한 에디터이지만, 솔직히 불편한 점도 많다. 어제 또 그런 프로그램 하나를 설치했다. 첨단을 따라갈 자신이 없어서 이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나도 구닥다리가 되어가는 것이고.
많이 피곤한 월요일인가 보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핸드폰 일정표 앱을 열어서 오늘 할 일 대부분을 다른 날로 미룬 것이다. 어떤 일들을 그렇게 했나 보니, 늘 하던 일이 아닌 것들이었다. 이러면서 저녁에는 어제와 같은 오늘이었다 하겠지?
책장을 정리하다가 영어 회화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했다. 제법 돈 많이 주고 산 것들인데. 요즘은 CD 틀 데도 잘 없는데, 카세트테이프라? 이걸 어찌해야 할까?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또박또박 쓰던 글씨체도 바꾸고 만년필 필기도 연습했다. 그래도 따라가지 못해 잃어버리는 생각이 많다. 요즘은 그래서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닌다. 손글씨보다는 타이핑이 빠르니까. 그런데 그럴 수 없는지 알면서도, 어찌 입력한 자모보다 백스페이스키를 더 많이 누르는 것 같다.
“어르신, 한 말씀 거들어주시지요.” “왜? 친구들이 동조를 안 하는가?” “저 혼자 떠들고 있습니다. 몰라도 너무 모릅니다.” “글쎄, 내가 보기에는 자네가 모르는 것 같은데. 친구들이 몰라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거 아닌가?”
아침에 배를 깎다가 든 생각이다. 배는 왜 사과랑 달리 씨 있는 안쪽이 딱딱한 것일까? 분명히 그렇게 진화한 것이다. 씨까지 먹고 멀리 가기를 바라지 않은 것이다. 왜 그럴까? 머지않아 그 딱딱한 부분도 사라질 것 같다. 사람이 싫어하니까.
동네 하천 주변을 산책하는데, 귀여운 반려견 한 마리가 주인을 이끌며 지나갔다. 옆을 지나는 사람들이 조용히 얘기했다.“와, 오랜만이다. 시고르자브” 그 얘기에 나는 내가 모르는 새로운 종인 줄 알았다가, 한참 만에 깨달았다. 외국식 이름 때문에 있어 보인다 생각했을까, 아니면 귀여워서?
요즘은 웬만하면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니고 있다. 집에 모셔두기만 한다면 굳이 노트북으로 살 필요도 없었다. 무게 때문에 충전기도 마우스도 없이 본체만 가방에 챙긴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어젯밤에 노트북을 충전기에 연결해두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나갈 때까지 충전을 다 못 할 것 같았는데, 금방 충전이 끝났다. 어제 밖에서 노트북으로 뭔가 열심히 작업한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