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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를 꺼내고 아무리 가방을 뒤져봐도 필통이 없다. 아무래도 집에 두고 온 것만 같았다.
명필이 아니기에 펜을 많이 따진다. 게다가 만년필로 글씨 연습도 해야 하는데. 그보다 당장 메모해두지 않으면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가 금방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때 가방 안쪽 연필 꽂는 곳에서 볼펜 한 자루를 발견했다. 어제 혹시 모르니까 거기에다 볼펜 하나 정도는 꽂아두자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했던 기억이 났다. 어찌 미리 알고서.
이것도 일종의 선견지명일까? 아니면 머릿속 깊은 곳에서 그 볼펜의 존재를 알고서는, 가방 무겁다고 나도 모르게 필통을 못 챙기게 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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