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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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신사협정(紳士協定)느낌 2024. 7. 31. 07:33
도서관에서 이른바 ‘벽돌 책’의 대출을 망설이고 있었다. 지난번 대출해보니, 무겁고 커서 들고 다니기는커녕 일단 집으로 모셔가기도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도전할 가치가 있는지 확인한다는 핑계로 서가에 선 채로 책을 펼쳤는데,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작은 메모지가 발견되었다. 갈피끈이 있는 책인데도 누가 거기까지 읽었음을 그렇게 표시해 둔 것 같았다. 왜? 그도 대출하기 무겁고, 대출해간들 기간 안에 다 못 읽는다고 생각한 것 아닐까? 그러니 여기 그냥 두고 같이 읽자고 신사협정(紳士協定)을 제안한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적은 책갈피를 남기면서 말이다. 빌려올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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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이유느낌 2023. 12. 11. 07:21
동네 도서관에서 책이 도착했으니 대출해 가라는 연락이 왔다. 다른 도서관에 있는 책을 빌려온 것이다. 그런데 막상 책을 받아보니 책등이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책을 펼쳐보니 책장이 낱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사서에게 얘기하니, 당장 수선할 수는 없고 그냥 보거나 반납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그냥 반납했다. 보고 싶었던 책이지만, 책을 더 망가뜨리기는 싫었다. 아니 그보다는 책을 망가뜨린 범인으로 오해받을까 걱정이 되어 싫었다. 다른 사서는 이 사실을 모를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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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대출에 관한 단상느낌 2023. 6. 27. 06:57
최근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좀 많다. 두 곳에서 8권이나 빌렸다. 반납 기일도 당연히 다 비슷하니, 다 읽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왜 한꺼번에 다 빌렸을까? 군데군데 발췌해서 읽을 책도 아니다. 이야기책들을 어떻게 그렇게 읽을 수 있단 말인가? 특별히 시간이 많이 나는 것도 아니고. 지금 빌리지 않으면 남들 손에 넘어가 당분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사실 이러면 어느 하나도 제대로 안 읽게 된다. 도서관에 비치된 도서는 예약이 되지 않는다. 다음 주에 읽겠다고 미리 예약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현실적으로 그건 어려울 것이다. 오늘부터 내가 빌리기로 한 날짜까지만 읽을 수 있다는데, 다른 사람이 좋아할 리가 없다. 차라리 대출 가능 권수를 한두 권으로 줄이면, 그 책은 제대로 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