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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읽는다고 쌓아둔 책들이 자꾸만 늘어난다. 두꺼워서라기보다는 몇 쪽만 읽다가 멈춘 책이 대부분이다. 읽고 싶은 책이 자꾸 생겨서이거나 ‘이 책 읽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닐까? 물론 어느 쪽인지 알고 있다. 그럴수록 마음에 더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지만, 이 또한 그렇게 안 된다.
읽던 책이 딱 열 쪽밖에 안 남았었는데, 어젯밤에 그걸 마저 못 읽고 잠들었다. 아니 그래서 다 못 읽었다. 얼마 안 남았다고 TV를 켰었다. TV 다 보고 나서는 비몽사몽간에 읽으면 안 읽느니보다 못하다며 잠자리에 들었다.
11월도 하순이다. 올해 무엇을 더 해야 할까? 올해는 책도 몇 권 안 읽었는데, 책이라도 더 구해서 읽을까? 아니다. 올해 읽었던 책 중에 좋았던 책 두 권을 골라서 다시 읽자. 이제는 하나라도 확실한 내 것이 필요한 나이가 된 것 같다.
노년에 읽으면서 시간이나 때우려고 모으는 책들이 있다. 사실 처음부터 그러려고 책을 사지는 않았는데, 사 두고는 안 읽어서 그런 핑계를 만들었다. 그런데 정말 그중에 제대로 읽은 책이 한 권도 없다. 그러면서 마치 많이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책이 몇 권 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노년에 정말 읽을 수 있을까? 지금도 못 읽었는데? 그중 가장 얇고 쉬운 책 한 권이라도 당장 읽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주를 기한으로.
너무 이른 시간에 잠이 깼다. 오늘도 힘든 하루가 예상된다. 다시 잠들면 좋은데 그게 잘 안 된다. 그게 쉬우면 애당초 깨지도 않았을 테니까 수면제 책이 지금도 통할까?
어젯밤 자려다 말고 책을 펼쳤다. 잠이 안 오는 것은 아니었는데, 그냥 자기에는 하루가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동영상 본 시간의 반이라도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러지 못하고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