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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또 소설책을 빌렸다. 열대야를 지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내심 다른 목적도 있다. 스마트폰 동영상 시청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대항마가 될 만한 엄청나게 재미있는 책이어야 하는데 말이다.
주방 가스레인지 위의 후드 필터 청소가 늘 문제였다. 틈에 낀 기름 제거가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인터넷 유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껏 청소한 것 중 최고였다. 영상을 보고 그대로 따라 했다. 글로 된 설명이었다면 잘할 수 있었을까? 이러니 사람들이 동영상만 보려고 하지. 글보다 동영상이 더 적합한 분야가 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일부러 도서관을 찾았다. 찻집도 괜찮을 것 같지만, 도서관이 더 눈치 보일 것 같아서 그랬다. 숏폼 동영상 보는 것이 더 민망할 것 같아서. 요즘 이것 때문에 책 보는 시간이 너무 줄어들었다.
집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택배기사가 타고 있었다. 그는 잠깐의 엘리베이터 이동 시간에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굳이 보지 않아도 빠르게 움직이는 손가락과 배경음악 소리를 통해 숏폼을 넘겨 가며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전에 어떤 택배기사는 무협지를 들고 있었는데.
전날 밤에 잠을 설쳤다. 어렵게 낮잠 잘 한 시간을 만들었다. 누우면서 핸드폰을 확인한 것이 화근이었다. 동영상 보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보냈다. 무섭다. 책이었으면 잠을 이기지 못했을 텐데.
어젯밤 잠이 샜다. 억지로 다시 자려고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 머리맡에 두었던 핸드폰을 집었다. 그때 이런 생각이 이어졌다. ‘핸드폰 대신 곁에 책을 두었어야 했는데.’ ‘아니, 책은 일어나서 불도 켜야 하잖아. 책이 있어도 핸드폰 찾지 않을까?’ 결국 핸드폰으로 동영상 한참 보다가 다시 잤다. 핸드폰으로 전자책 읽어도 되었는데 말이다.
동영상 자주 안 보느냐는 친구의 질문에 가끔 보지만 웬만하면 안 보려고 노력한다고 대답했다. 보다 보면 시간이 너무 잘 지나가서 그런다는 이유를 덧붙이면서 말이다. 요즘 책을 너무 안 봤다고 얘기하니까, 요즘은 책보다 책 내용 강연 동영상이 더 낫다고 했다. 1.5배속으로 핵심만 빨리 볼 수 있고, 빨리 볼 수 있으니까 필요하면 반복해서 보면 된다고 했다. 그게 더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면서 말이다. 정말로 책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일까?
소프트웨어를 하나 설치하고 튜토리얼을 읽는데 친구가 얘기했다. “요즘 누가 그걸 읽고 있냐? 유 선생님께 물어봐라.” 사실 사용법이 대개 직관적이라 간단한 사용법은 굳이 튜토리얼을 읽을 필요도 없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하기도 한다. 마음 한편으로는 시간 낭비일 수 있고, 그래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일어날 때도 있다. 남들은 꼭 필요한 것들만 담은 동영상을 2배속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