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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깃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다. 벌써 발등과 무릎이 가렵다. 여름 다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더위뿐만 아니라 모기까지 아직 기승이다. 시계를 보니 일어날 시간이 5분이나 남아 있었다. 누운 채로 머리 위로 모기약을 뿌렸다. 독한 약 기운을 느끼며 다시 눈을 감았다. 먹고 살겠다고 밤새 잠복했다가 이 시간에 움직이는 너도 간절하고, 5분 더 자겠다고 머리 위에 모기약 뿌리는 나도 간절하고.
자려고 불 끄고 누워서 머리 위로 모기약을 뿌렸다. 적 공격으로 위태로울 때 아군 진지 위로 폭격을 요청하는 걸 무슨 폭격이라고 한다는데. 그런 말을 월남전 참전하셨던 중학교 때 역사 선생님께 들었던 것 같은데. 정말 옛날이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어떻게 전장을 다녀오고도 그렇게 유머러스할 수 있으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