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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고 잤더니, 이제는 새벽에 제법 한기가 느껴졌다. 창문을 닫으려다, 그냥 두었다. 귀찮기도 했지만, 올여름 무더위를 떠올리며 이 선선함을 즐기고 싶었다. 무엇도 시간의 흐름을 이길 수는 없다더니, 역시.
아침 일찍 추석 기차표 예매하는 날이라 깊이 잠들지 못했는데, 새벽에 빗소리가 들렸다. 제법 많이 내리는 비에 열린 창문을 통해 빗물이 들어올 것 같아, 창문을 닫으면서 일찍 깬 잠이 아쉬워하며 투덜거렸다. 어젯밤 무더위가 비 덕분에 잠시 누그러진 것은 고마워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아침 매미 소리가 간절하게 들렸다. 이유를 생각해 보다, 아침 바람이 드디어 선선해졌음을 느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운 여름도 결국 가는구나.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 마지막 날이다. 한 달 걸렸다. 옥상을 통해서 옆 라인으로 건너가면서, ‘하필이면 왜 이 무더운 여름에?’라고 생각했었다. 아침에 생각을 달리하기로 했다.‘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그래도 우산 들고 옥상 지나는 것보다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