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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희한하게도 요즘 집에서 내려 먹는 이 커피는 식어야 더 맛이 있다.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산미가 더 강해진다. 누군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을 수 있고. “별나다! 다 식은 커피 버려야지. 무슨 맛으로 먹나?” 아침에 일어나서 텀블러에서 밤새 식은 커피 마시고 있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같은 사람도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 세상에는.
어제 오랜만에 운동을 해서 그런지 일어나기 힘든 아침이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니, 식탁 위에 식은 커피가 보였다. 어젯밤에 졸음을 쫓으려고 내렸다가, 졸려서 마시지 못하고 잤던 기억이 났다. 식은 커피도 고맙게 느껴질 때가 있다니! 지금은 커피 맛보다 새로 끓이는 수고가 필요 없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이번 커피는 식어야 산미가 더 나니까.' 책상 위 텀블러에 담긴, 어제 먹다 남은 커피를 보며 한 생각이다. 뭐 맞는 말이기는 한데,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이거나 새로 내리기 귀찮아서 그런 생각을 앞세웠던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