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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이 마려워 잠에서 깼다. 화장실 다녀와서 누운 채로 핸드폰을 보니 알람이 울리기 10분 전이었다. 오늘은 그 시간에 맞추어 일어날 필요도 없고 핸드폰을 조작해 알람을 해제할 만큼 잠이 깨기도 싫었다. 어차피 알람 울리면 핸드폰 만져서 알람 꺼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잠이 덜 깨서인지 바보같이 10분 기다렸다가 알람 끄고 자기로 했다. 그런데 이 10분은 왜 이렇게 길게 느껴졌을까? 10분 잤으면 순식간에 지나갔을 텐데 말이다.
아침에 30분 간격으로 알람이 두 번 울리도록 설정해 두었다. 혹시 못 일어날까 봐 그렇게 했다. 그런데 그 30분 사이의 잠이 너무 맛있다. 그 간격을 더 늘려 한 시간으로 하면 어떨까? 아니다, 그러다 못 일어난다.
아침에 알람을 듣고 일어나면서 핸드폰을 봤는데, 배터리가 거의 없었다. 하마터면 핸드폰이 알람도 못 울리고 잠들 뻔했었다. 얼른 충전기에 연결하면서, 하마터면 늦잠 자서 오늘 하루가 엄청나게 꼬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그냥 장식품으로 책장에 놓여 있는 탁상용 자명종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아침에 본의 아니게 잠이 깼다. 피곤해서 일어나기 싫었다. 그때 아직 알람이 울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더 자도 된다는 얘기였다. 매일 아침 알람이 그렇게 싫었는데, 이 사실에 알람이 고맙게 느껴졌다.
7시에 꼭 일어나야 하면, 대개 6시 20분, 6시 40분 정도에 알람이 울리도록 한다. 물론 7시에도. 처음에는 알람 듣고도 못 일어나는 불상사가 생길까 봐 그렇게 했었는데, 그보다는 20분, 40분에 알람 끄면서 아직 시간 남았다며 다시 자는 그 잠이 너무 맛있어서 그렇게 하게 되었다. 사실 그렇게 잠깐 다시 자는 잠이 더 위험한데, 그래서 더 맛있는 것일지도.
매일 같은 시간에 핸드폰 알람이 깨운다. 오늘 아침에 이렇게 유난히 피곤한 것은 어제 평소보다 십 분 정도 늦게 자서 그런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이유가 생각이 안 난다. 그렇다면 평소보다 십 분 일찍 자면 어떻게 될까?
새벽부터 경고 문자가 와서 잠을 설쳤다.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발버둥 치는데, 알람이 울렸다. 오늘은 30분 후 다음 알람이 울릴 때까지는 더 자도 되는 날이어서, 잽싸게 알람을 끄려고 핸드폰을 더듬었다. 그러다 실수로 5분 후에 다시 알람이 울리게 하는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이럴 때일수록 더 침착했어야 하는데.
알람 소리에 놀라 일어나면서 이렇게 생각했다.‘에이, 주말인데 바보같이 알람을 안 껐네.’ 알람 끄다가 핸드폰을 보니, 수요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것이 더 안타까울까? 오늘이 주말이 아닌 것과 벌써 주말인 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