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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야 하는 시간에도 당연히 알람이 맞춰져 있지만, 20분 전에도 알람이 한 번 더 울리게 해 두고 있다. 처음에는 제때 못 일어날까 봐 걱정되어서 그렇게 했었는데, 지금은 20분 동안 뒤척이면서 살짝 자는 그 잠이 너무 맛있어서 그러고 있다. 한번은 그 달콤함을 늘리려고 30분 전으로 맞추었더니, 잠이 너무 깊이 들어서 그 맛이 사라져버렸다. 20분, 딱 그 정도가 좋다.
오늘 아침에도 정해진 알람 소리에 잠을 깼다. 오늘은 한 시간 더 잘 수 있는 날인데, 알람 시간 조정하는 것을 깜빡했었다. 더 자고 싶었는데, 뒤척이기만 했다. 앞으로 알람도 AI가 맡으면 달라지지 않을까? 내 일정과 몸 상태를 확인해서 기상 시간을 알아서 조정해 줄 것만 같다.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AI가 이럴까 봐.“이제 더는 안 일어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오줌이 마려워 잠에서 깼다. 화장실 다녀와서 누운 채로 핸드폰을 보니 알람이 울리기 10분 전이었다. 오늘은 그 시간에 맞추어 일어날 필요도 없고 핸드폰을 조작해 알람을 해제할 만큼 잠이 깨기도 싫었다. 어차피 알람 울리면 핸드폰 만져서 알람 꺼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잠이 덜 깨서인지 바보같이 10분 기다렸다가 알람 끄고 자기로 했다. 그런데 이 10분은 왜 이렇게 길게 느껴졌을까? 10분 잤으면 순식간에 지나갔을 텐데 말이다.
아침에 30분 간격으로 알람이 두 번 울리도록 설정해 두었다. 혹시 못 일어날까 봐 그렇게 했다. 그런데 그 30분 사이의 잠이 너무 맛있다. 그 간격을 더 늘려 한 시간으로 하면 어떨까? 아니다, 그러다 못 일어난다.
아침에 알람을 듣고 일어나면서 핸드폰을 봤는데, 배터리가 거의 없었다. 하마터면 핸드폰이 알람도 못 울리고 잠들 뻔했었다. 얼른 충전기에 연결하면서, 하마터면 늦잠 자서 오늘 하루가 엄청나게 꼬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그냥 장식품으로 책장에 놓여 있는 탁상용 자명종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아침에 본의 아니게 잠이 깼다. 피곤해서 일어나기 싫었다. 그때 아직 알람이 울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더 자도 된다는 얘기였다. 매일 아침 알람이 그렇게 싫었는데, 이 사실에 알람이 고맙게 느껴졌다.
7시에 꼭 일어나야 하면, 대개 6시 20분, 6시 40분 정도에 알람이 울리도록 한다. 물론 7시에도. 처음에는 알람 듣고도 못 일어나는 불상사가 생길까 봐 그렇게 했었는데, 그보다는 20분, 40분에 알람 끄면서 아직 시간 남았다며 다시 자는 그 잠이 너무 맛있어서 그렇게 하게 되었다. 사실 그렇게 잠깐 다시 자는 잠이 더 위험한데, 그래서 더 맛있는 것일지도.
매일 같은 시간에 핸드폰 알람이 깨운다. 오늘 아침에 이렇게 유난히 피곤한 것은 어제 평소보다 십 분 정도 늦게 자서 그런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이유가 생각이 안 난다. 그렇다면 평소보다 십 분 일찍 자면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