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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앱스토어의 광고에서 사람들이 하루에 백 번 이상 핸드폰을 열어본다는 문구를 봤다.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얼마 전 친구에게 얻은 조그만 계수기가 떠올랐다. 한번 세어볼까? 횟수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더 중요할 것 같기도 하고.
전날 밤에 잠을 설쳤다. 어렵게 낮잠 잘 한 시간을 만들었다. 누우면서 핸드폰을 확인한 것이 화근이었다. 동영상 보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보냈다. 무섭다. 책이었으면 잠을 이기지 못했을 텐데.
화장실 갈 때 오래 있어야 할 것 같으면, 요즘은 핸드폰을 챙겨간다. 정확히 말하면 책을 들고 가더라도 핸드폰은 빠뜨리지 않는다. 주머니에 넣고서라도 말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정말로 희한하게도 변기에 앉아 있으면, 전화가 오거나 알람이 울리는 일이 잦았다. 그래도 가급적인 책을 펼치려고 한다, 핸드폰이 변비 있는 사람에게 더 위험할 것 같아서.
도서관 신착 도서 코너에서 소설을 한 권 빌려 읽고 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주인공인 핸드폰 통화만 하면 다 해결될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이어졌다. 앞부분에서 내가 핸드폰 분실 장면을 놓쳤나 싶어 앞으로 다시 돌아가 찾아보기도 했다. 그런 얘기가 없었다. 한참 만에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최근에 인쇄된 책이었지만, 1974년 원작이었다. 1974년의 모습을 잠시 그려봤다. 격변기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조들도 늘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지만.
안경 끼는 사람이 제일 찾기 힘든 것이 안경이다. 요즘 곁에 없으면 안경만큼 절실하게 찾는 것이 핸드폰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늘 들고 다니기 때문에 찾기가 어렵다. 어디에도 두고 올 수 있으니 말이다. 집에서 핸드폰을 찾는 방법은 대개 비슷할 것이다. 집 전화기로 핸드폰에다 전화를 건다. 요즘 집 전화기는 이때만 쓰는 것 같다.
아침에 잠이 깼는데, 손에 핸드폰이 들려 있었다. ‘잠자면서까지 핸드폰으로 무엇을 했나?’라는 생각이 먼저여야 하는데. 혹시 밤새 충전이 안 되지는 않았나부터 살피는 나를 발견했다.
어젯밤 자기 전에 모처럼 오롯이 집중해서 TV 영화 한 편을 봤다. 침대에 가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알람 때문에 침대 머리맡에 두려고 핸드폰을 찾았는데, 배터리가 다 되어서 죽어 있었다. 요즘 이놈 때문에 뭐든 ‘오롯이’가 어렵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