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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정리를 하다가 평소 궁금했던 내용이 나오는 책을 발견했다. 사 두고는 읽지 않았던 책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3권 뒷부분에 가서야 나왔다. 행여나 이해가 되지 않을까 봐 1권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오늘 드디어 그 내용을 읽을 차례가 되었다.
인터넷에서 이백 쪽가량 되는 자료를 하나 내려받았다. 머릿속은 벌써 이걸 어떻게 출력하면 무게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어디 가서 양면인쇄를 할까? 제본을 꼭 해야 하나 등등. 화면으로 보지 않고 굳이 출력해서 보면 ‘옛날 사람’ 되는 것은 벌써 오래전부터이다. 그리고 이제는 출력물보다 노트북이 더 가벼울 것 같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도 출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옛날 사람’이어서일 것이다.
여행 가서 카드 영수증을 모으면 동선을 기억해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열심히 챙겼다. 종이 영수증을 왜 그렇게 열심히 챙기느냐고 묻길래 그렇게 대답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앱이나 사이트 들어가면 다 나오는데, 굳이 왜?”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싶다고 얘기를 하니까, 친구가 검색을 먼저 해보라고 한다. 이미 여러 형태로 다 있을 거라면서 말이다. 분명히 내가 요약하는 것보다 더 잘 된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보고 약간만 수정하면 된다. 쉽게 빨리할 수 있다. 검색하려다 말았다. 요약하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사라질 것 같아서이다. 힘들더라도 내 요약 하나를 먼저 만들어야 하는데.
웹호스팅 서비스가 종료되어 그간 작성했던 글을 백업해야 한다. 물론 업체에서 백업 파일을 준다고는 하는데, 내 입맛에 맞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원하는 양식으로 저장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계산을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걸 왜 수작업으로 하려고 하지? 조금만 공부하면 자동으로 내려받을 수 있다는데. 이렇게 머리 쓰는 걸 싫어해서야.’
핸드폰 때문에 손목시계가 책상 위의 탁상시계로 사용되고 있다. 손목시계의 날짜가 또 하루 늦어져 있다. 9월 31일이 없어서 그런 것이니, 한참 전부터 그랬을 텐데 이제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왜 꼭 오후에 발견하는 것일까? 오전에 날짜를 바꾸어야 제때 날짜가 바뀌는데. 지금 날짜를 바꾸고, 분침을 12바퀴 돌리기는 귀찮다. 내일 아침을 기약하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한참 동안 더 하루 늦은 날짜를 이 시계에서 볼 것만 같다.
나지막한 산에 올랐다. 하산하는 길이 두 갈래였다. 왔던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내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차를 두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편하게 올 때는 좋았는데.
헌책방에 가서 주인에게 찾는 책이 있는지 물었다. 가격이 적당해야 살 수 있다며 가격을 물었건만, 대답도 없이 주인은 책을 찾아 나섰다. 한참 만에 주인이 책을 찾아왔건만, 너무 낡아서 도저히 살 수 없었다. 미안하다는 나의 말에 주인이 이런 경우에 제일 힘 빠진다고 싫은 소리를 했다. 가게를 나오고 한참 후에야 ‘다른 책이라도 한 권 샀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아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