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일어나서 무심코 노트북의 스페이스 키를 눌렀는데 화면이 켜지면서 곧바로 바탕화면의 아이콘들이 보였다. 뭔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 비밀번호! 왜 그걸 묻지 않고 넘어간 걸까? 컴퓨터 입장에서는 당연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런 것까지도 신경 쓰이는 세상이 되었다.
“그건 또 어디에 나오는데?” “지난번에 같이 읽었잖아.” “그런 내용은 안 나온 것 같은데.”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렇잖아.” “별로 좋은 책은 아니네.” “나는 좋았는데.”
일어나기 힘든 아침이었다. 어쩐 일인지 밤새 피로가 전혀 풀리지 않았다. 간신히 일어났는데, 책상 위에 어젯밤에 먹다 남은 차 한 잔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날 같았으면 식은 차라서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텐데, 끓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감사히 마셨다.
궁금한 게 있어 두꺼운 책을 한 권 샀다. 이제나저제나 나올까 기다리며 읽는데, 반 이상 읽었다. 그런데도 아직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그냥 끝까지 훑어서 그것 먼저 찾아볼까도 생각했는데, 그러다 안 나오면 책 안 읽게 될 것 같아서 그러질 않았다.
분명히 집에 있는 책인데도, 찾을 수가 없었다. 다시 살까 고민까지 하다가 간신히 찾았다. 책이 많은 것도 아닌데. 많다? 몇 권인가가 기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리가 안 된다면?
설거지할 때 큰 그릇부터 먼저 씻게 된다. 그것이 효율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하면, 일단 남은 설거지가 빨리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TV 채널 돌리다 보면, 예전에 했던 드라마가 자주 눈에 띈다.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마지막 회가 나오면 가끔 보기도 한다. 특히 해피엔딩이었거나 일 것 같은 것으로 말이다. 해피엔딩만 모아서 보여주는 채널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집 안 여기저기에 밤새 사용한 컵들이 놓여 있었다. 사용했으면, 최소한 싱크대에는 갖다 두어야지. 그때 머리맡에 놓인 컵이 또 하나 발견되었다. 이건 또 누가? 생각이 났다. 어젯밤 내가 자다 일어나 마신 물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