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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도서관에 안 가도 스마트폰으로 도서관에 찾는 책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게 안 된다면 더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친구가 권하는 책이 마침 동네 도서관에 있다기에, 들러서 책을 찾았다. 그런데 한 권 있는 그 책을 보고는 화가 나서 그냥 도서관에서 나왔다. 여기저기 밑줄이 너무 심하게 그어져 있었다.
도서관이다. 분명히 내가 내는 만년필 펜촉이 종이 긁는 소리가 노트북 타이핑 소리보다 작은데 신경이 쓰인다. 당연시된 타이핑 소리는 일반적인 것이고, 이 소리는 특이한 것으로 여겨질 것 같기 때문일까? 요즘 동네 도서관에서는 책장 넘기는 소리도 잘 안 들린다. 공부하는 사람들이 책보다 강의 동영상에 더 열심이기 때문일까?
도서관 창가 자리에서 블라인드 내리던 중년의 한 남자, 그 앞에 있던 선인장 화분을 넘어뜨렸다. 그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그 남자는 신속히 화분을 다시 세운 후에 손으로 책상 위에 떨어진 흙을 손으로 긁어모아 화분에 쓸어 담았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다. 달리 어쩌겠는가?
도서관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자리에서 마스크 잠깐 내리고 텀블러에 담긴 커피 잠깐 마시는 정도는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홀짝홀짝 마시는 커피가 마치 늘 마시던 그 커피가 아닌 것처럼 몇 배는 더 맛나게 느껴졌다. 어쩌나? 텀블러 뚜껑 여닫고 홀짝이는 소리에 옆자리에 앉은 사람 짜증 내겠다. 아예 들고 밖에 나가서 마시면, 이 맛이 안 날 것 같고.
도서관에서 오랜만에 시집 한 권을 빌렸다. 그런데 군데군데 모서리가 접힌 쪽이 많았다. 누가 읽다가 마음에 드는 시를 표시해 둔 것 같다. 아름다운 시를 찾는 이가 이렇게 함께 보는 책에다 상처를 남기다니.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