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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좋지 않아서 가방을 최대한 가볍게 해서 다닌다. 그래서 오늘도 가벼운 책 한 권만 넣어서 나왔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덥석 벽돌 책 한 권을 빌렸다. 이 두꺼운 책 기한 내에 읽으려면, 들고 다녀야 하는데. 무겁다고 안 들고 다니다 기한 내에 다 못 읽으면, 그 핑계로 또 살 것 같다. 산 책은 기한이 없으니, 언제 다 읽을지 기약이 없을 테고. ***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책상 위에 종이 뭉치가 있어 뭔가 살펴보니, 카드 영수증 사이에서 메모지 한 장이 눈에 띄었다. 병원 가서 진찰받을 때, 의사에게 얘기할 증세 목록과 질문할 내용이었다. 그거 꺼내 들고 보면서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이런 것도 잘 잊어버린다. 잠시 부끄럽더라도 후회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책장 정리를 하다가 평소 궁금했던 내용이 나오는 책을 발견했다. 사 두고는 읽지 않았던 책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3권 뒷부분에 가서야 나왔다. 행여나 이해가 되지 않을까 봐 1권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오늘 드디어 그 내용을 읽을 차례가 되었다.
인터넷에서 이백 쪽가량 되는 자료를 하나 내려받았다. 머릿속은 벌써 이걸 어떻게 출력하면 무게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어디 가서 양면인쇄를 할까? 제본을 꼭 해야 하나 등등. 화면으로 보지 않고 굳이 출력해서 보면 ‘옛날 사람’ 되는 것은 벌써 오래전부터이다. 그리고 이제는 출력물보다 노트북이 더 가벼울 것 같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도 출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옛날 사람’이어서일 것이다.
여행 가서 카드 영수증을 모으면 동선을 기억해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열심히 챙겼다. 종이 영수증을 왜 그렇게 열심히 챙기느냐고 묻길래 그렇게 대답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앱이나 사이트 들어가면 다 나오는데, 굳이 왜?”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싶다고 얘기를 하니까, 친구가 검색을 먼저 해보라고 한다. 이미 여러 형태로 다 있을 거라면서 말이다. 분명히 내가 요약하는 것보다 더 잘 된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보고 약간만 수정하면 된다. 쉽게 빨리할 수 있다. 검색하려다 말았다. 요약하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사라질 것 같아서이다. 힘들더라도 내 요약 하나를 먼저 만들어야 하는데.
웹호스팅 서비스가 종료되어 그간 작성했던 글을 백업해야 한다. 물론 업체에서 백업 파일을 준다고는 하는데, 내 입맛에 맞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원하는 양식으로 저장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계산을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걸 왜 수작업으로 하려고 하지? 조금만 공부하면 자동으로 내려받을 수 있다는데. 이렇게 머리 쓰는 걸 싫어해서야.’
핸드폰 때문에 손목시계가 책상 위의 탁상시계로 사용되고 있다. 손목시계의 날짜가 또 하루 늦어져 있다. 9월 31일이 없어서 그런 것이니, 한참 전부터 그랬을 텐데 이제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왜 꼭 오후에 발견하는 것일까? 오전에 날짜를 바꾸어야 제때 날짜가 바뀌는데. 지금 날짜를 바꾸고, 분침을 12바퀴 돌리기는 귀찮다. 내일 아침을 기약하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한참 동안 더 하루 늦은 날짜를 이 시계에서 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