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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다 남은 과자 봉지 같은 것을 밀봉하는 집게가 늘 부족했다. 천 원짜리 가게에서 천 원 주고 그 집게를 한 봉지 샀다. 가게 몇 번을 들렀건만 잊어버리다가 이제야 산 것이다. 한 봉지에 10개가 들어 있었다. 지금 테이블 위에 8개가 남아서 뒹굴고 있다. 이러다 그 8개가 제자리 찾는 데 또 한참 걸리겠다.
동네 마트 아줌마가 바코드를 찍다 말고, 다급하게 다른 사람을 불러 얘기한다. "원플러스원 이거 뭐지?" 인스턴트 수프 봉지에 붙은 원플러스원 스티커를 그 사람에게 보이면서. 당황한 마트 아줌마에게 웃으면서 얘기했다. "아, 그거 여기 요구르트에 붙었던 스티커가 옮겨진 거네요."
갑자기 또 너무 추워졌다. 요 며칠 봄이 다 된 듯 따뜻해서, 겨울 다 지났다고 생각했던 내게 이제 겨우 설 지났을 뿐임을 알려주는 것일까? 추운 날 꼭 들러야 할 곳이 많다. 도서관 책도 오늘이 반납기일이라는 문자가 와 있고. 이렇게 투덜거리다가 ‘이제 겨우 설 지났음’을 격려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올 한 해 힘내서 다시 시작해보라는.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는데, 택시가 지나가면서 살짝 경적을 울린다. 유혹하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혹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금방 기다리는 버스가 온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전광판에 '도착 3분 전' 표시가 떠 있었다. [인사] 행복한 설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게 이만 원이라고? 며칠 전에 삼만 원이었는데? 게다가 세일 표시도 안 붙어 있다. 그걸 안 써 붙일 가게가 아니다. 요즘, 가격이 내릴 리도 없고. 직원 실수가 확실하다. 계산대 가서 바코드 찍으면 삼만 원 나올 게 뻔하다. 괜히 민망한 상황 만들 필요 없다. 계산대 가서 줄 섰는데, 카트에 그 물건 안 담은 사람이 나밖에 없다.
시원한 콜라 한 캔이 마시고 싶었다. 밤늦은 시간이라 근처 편의점을 갈 수밖에 없었다. 가끔 이렇게 콜라 사러 가는데, 다이어트 콜라나 콜라 비슷한 것을 사곤 했다. 그놈의 1+1 때문에. 그냥 콜라는 그런 행사를 잘 안 한다. 오늘은 과감하게 콜라를 샀다. 가격 따지다가 1.5 리터 페트병에 든 놈으로 샀지만 말이다.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어?" "별일은 아니고. 어떤 놈이 글쎄 또 나보고 머리 좋아서 좋겠다고 하잖아." "왜? 머리 좋다고 하면 좋은 거 아냐?" "그렇게 말하는 놈치고 나보다 열심히 한 놈은 없거든. 자기가 열심히 안 한 건 인정하기 싫어서, 속으로 불만 가득 담아서 얘길 하니까 그렇지."
등이 아프기에 어젯밤 잠을 잘못 잤나 생각을 하다가, 문득 며칠 전에 봤던 신문 기사 하나가 떠올랐다. "층간소음 윗집·미운 직장 동료… ‘저주 인형’ 뜨는 사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딱히 그럴 일은 없는데, 남 생각은 알 수가 없으니. 이런 걸 쉽게 주문해서 살 수 있다니, 무서운 세상이라는 생각도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