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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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자의 변명느낌 2023. 2. 15. 07:27
책 한 권을 계속 집중해서 읽으면 더 빨리 읽을 텐데, 그러질 못한다. 메뚜기처럼 이 책 저 책 옮겨 다니고 있다. 지금 침대에도 책을 두 권이나 들고 왔다. 이렇게 찔끔찔끔 읽어서 그런지 두 권 모두 벌써 다 읽었어야 할 책인데 아직도 씨름 중이다. 그런데 책을 왜 읽는가 생각하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무슨 시험공부 하는 것이 아니니, 마음 상태에 따라 와 닿는 것 읽을 수밖에. 효율적으로 빨리 끝내는 것이 언제나 우선순위 1번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게으른 자의 변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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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간사함 #3느낌 2023. 2. 14. 07:22
침대 위에서는 볼펜으로 글 쓰는 게 마음이 편하다. 괜히 만년필 같은 거 들고 설치다가 이불에 얼룩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잉크색이 진짜 검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잉크 똥이 너무 많다. 누르지 않고 미끄러지듯 쓰려면 색이 너무 흐려진다. 필기감이 별로다. 등등 평소에는 이렇게 천대하다가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챙기고, 내가 참 간사하다. 여행 갈 때 필기구 하나만 챙겨야 한다면, 당연하게 볼펜 한 자루 챙기면서 자꾸만 잊어버린다. 어쩌면 너무 쉽게 구할 수 있어 그런 것일지도. 지금도 책상 위에 판촉물로 받은 볼펜이 여러 자루 있다. 볼펜도 좋은 거는 안 그렇다는 항변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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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견지명느낌 2023. 2. 9. 07:18
노트를 꺼내고 아무리 가방을 뒤져봐도 필통이 없다. 아무래도 집에 두고 온 것만 같았다. 명필이 아니기에 펜을 많이 따진다. 게다가 만년필로 글씨 연습도 해야 하는데. 그보다 당장 메모해두지 않으면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가 금방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때 가방 안쪽 연필 꽂는 곳에서 볼펜 한 자루를 발견했다. 어제 혹시 모르니까 거기에다 볼펜 하나 정도는 꽂아두자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했던 기억이 났다. 어찌 미리 알고서. 이것도 일종의 선견지명일까? 아니면 머릿속 깊은 곳에서 그 볼펜의 존재를 알고서는, 가방 무겁다고 나도 모르게 필통을 못 챙기게 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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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수학책을 들고 다니는 이유느낌 2023. 2. 8. 07:25
가끔 교양 수학책을 읽으려 한다. 오늘도 한 권 들고나왔다. 지금 이 책을 데리고 나온 이유는 얇고 가벼운 책 중에 제일 먼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머리가 좀 복잡할 때 읽으려 하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 지리 선생님이 자기는 아직도 정석 푼다고 했다, 머리 아플 때. 적어도 거기에는 정답이 있다시며. 그래서 나한테도 효과가 좀 있을까 해서. 솔직히 지금 이 책에는 또 다른 이유가 하나 있다. 교양 수학책 하나 추천해 달라는 친구에게 이 책을 이야기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나도 아직 다 못 읽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래도 읽지도 않을 책을 추천했다는 얘기도 듣고 싶지도 않고, 그런 생각도 하기 싫다. 또 친구만 다 읽는 그런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 싫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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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와 계산느낌 2023. 2. 6. 07:50
만년필 잉크가 주로 집밖에서 떨어진다. 그럴 때 쓰라고 일회용 잉크 카트리지를 파는 것이겠지만, 병 잉크에 비해 많이 비싸서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방에 넣어 다니기에는 잉크병이 너무 무겁다. 문득 만년필 가계에서 예전에 얻었던 스포이트가 생각났다. 빈 일회용 카트리지에 잉크를 넣을 수 있는 것이었다. 잠깐 좋다가 말았다. 그걸로 빈 잉크 카트리지에 잉크를 넣으면 무엇 하는가? 잉크가 새어 나오지 않게 막을 방법이 없는데. 결국 밖에서 사용하려면 역시 잉크병을 들과 다녀야 한다. 그러면 잉크병을 작은 걸로 들고 다녀야 하나? 용량으로 나누어 보나 마나 작은 병이 더 비싸다. 그러면 만년필을 하나 더? 계속 어느 것이 더 싼가 계산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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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 건너듯느낌 2023. 2. 3. 07:32
이미 사기로 마음먹은 책이지만, 도서관에서 먼저 빌렸다. 우연히 펼쳐 본 내용이 마음에 들었고, 책이 두꺼워 대출 기간 내에 다 읽을 수 없을 것 같아 헌책방에서 사기로 했다. 다행히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이었다. 물론 책을 사기로 한 데에는 책 소장에 대한 욕심도 한몫했다. 그런데 왜 빌렸느냐고? 헌책방 가는 차비나 배송비 생각하면 새 책 사는 거나 다를 바 없어서, 근처에 갈 날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쪽은 더 읽어봐야 사야 할 책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이기도 하고. 가격뿐 아니라 보관의 문제 때문에, 돌다리 건너듯 신중해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