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새 같은 꿈을 몇 번이나 꾼 것 같다. 새벽에 어렴풋이 기억나는 내용을 핸드폰 메모장에 남겼다. 잠결이라 문장이 아닌 단어의 나열이었다. 늘 그렇듯이 아침에 본 그 메모는 암호문이었다. 악몽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뭐가 그리 간절한 것일까?
전날 밤에 잠을 설쳤다. 어렵게 낮잠 잘 한 시간을 만들었다. 누우면서 핸드폰을 확인한 것이 화근이었다. 동영상 보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보냈다. 무섭다. 책이었으면 잠을 이기지 못했을 텐데.
책상 위에 박하사탕 하나가 놓여 있다. 어제 점심 먹은 식당에서 하나 들고 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비닐 포장에 ‘박하사탕’이 아니라 ‘박하향캔디’라고 적혀 있다. 속았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솔직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숙제를 하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자꾸 언제까지 끝내야 하느냐 물으면서 말이다. 학교 졸업한 지가 언제인데! 꿈이었다. 헷갈린다. 스트레스 때문에 꾼 꿈이었을까? 아니면 그때가 그리워서?
한쪽에서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었다. 달콤함에 아이들이 좋아했다. 그것을 본 다른 쪽에서도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었다. 새로 나타난 사람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기 시작한다. 당장의 달콤함에 빠진 아이들만 빼고 모두 다 안다, 그 사탕이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사탕을 주는 그들도 당장의 인기에만 관심이 있을 분이다.
관심 있는 한 분야의 책을 좀 모았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그런데 집에 오면서 생각하니 자랑이 아니었다. 다 고만고만한 입문서들뿐이었다. 입문서만 자꾸 읽으면 무엇 하는가? 변죽만 울리고 있다.
간발의 차로 아파트 1층 현관문이 닫히고 말았다. 조금만 빨리 도착했으면 비밀번호를 누르는 수고를 덜 수도 있었다. 유리문을 통해 택배기사가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비밀번호를 누르면서 엘리베이터에 탄 택배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낯이 익은 아저씨였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그냥 올라갔다, 내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다가갔을 때. 기다려 줄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먹고 사는 문제이니까. 그래도 기대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인터넷 헌책방을 검색하는데, 몇 달째 찾던 책이 근처 헌책방에 나와 있었다. '어제도 근처에 갔었는데, 왜 찾아보지 않았을까? 내가 갈 때까지 남아 있을까?' 사실 서점에서 살 수 없는 책도 아니다. 그냥 새 책 사기에는 조금 아까운 그런 책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바심이 나는 것일까? 고작 몇천 원 아끼겠다고?